소설
1.
하늘에서 젤리 비가 내린 지 2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비에 젤리가 섞여 내려서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늘 그렇듯 비를 맞았다. 젤리 비가 피부에 떨어지고 나서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피부의 땀구멍으로 들어가 사람의 세포를 공격하고 망가트렸다. 젤리 비를 맞은 사람들은 피부에 수포가 올라왔고 수포는 젤리처럼 변했다. 무엇보다 눈동자의 검은색과 흰색이 젤리처럼 한데 섞여 회백색을 띠었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그저 꿈틀대는 생명체에 불과하게 변했다.
죽지는 않았으되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게 변했다. 정부는 비를 맞지 않게 우산을 꼭 가지고 다니라 일렀고 아직까지 인간의 젤리 화가 된 사람들의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병원이나 자택에서 젤리 화가 되어 점점 죽어가는 사람들의 수가 2년 동안 3만 명이 넘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곤충은 젤리 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물들 중에서는 젤리화의 징후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털에 젤리 비가 떨어지면 괜찮았지만 피부로 된 배에 떨어지면 떨어진 젤리 비가 피부를 파고 들어가서 젤리 화 시켰다.
동물은 사람들보다 좀 더 덜 심각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건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개들도 눈이 회백색으로 변했고 주인에게 버려져 길거리나 골목의 어두운 부분에서 죽어갔다. 그 사체가 썩어가며 젤리는 하수구로 내려가서 물고기들이나 생명체들의 젤리화 변이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평일, 평소에도 늘 우산을 가지고 다녔으며 이 공포에서 불안한 사람들은 사재기를 하다가 정부군의 제재에 대항하다 끌려가기도 했다. 2년 만에 규정 법규가 생겨나고 바뀌기도 했다.
허위사실을 배포하거나 시위를 주동하는 자는 정부군에 의해 사살도 가능했다. 장마를 제외하고 일 년에 가물 때는 몇 달에 오던 비가 젤리 비가 내린 이후 2년이 지난 현재는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젤리 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면 일단 괜찮았다. 피부에 닿지 않으면 된다. 옷에 떨어져도 괜찮았지만 우산이 제일 안전했다. 그러다 보니 우산은 불티나게 팔렸고 우산 관련주는 어마어마하게 주가가 올랐다.
아이들이 젤리 화가 되는 모습은 처참했다. 비에 섞인 젤리의 성분이 무엇인지 왜 젤리 비가 내리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산을 쓰면 괜찮다고는 하지만 2년 동안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고 공포의 정도가 심각했다. 별거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갑자기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했지만 예전 같은 분위기는 더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생활을 이어가야 했기에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나 학교에 갔고,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지만 2년 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2년 만에 사라진 곳이 목욕탕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일어났다. 젤리 비는 2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뿌려댔다. 식수를 공급하는 호수나 저수지에 젤리 비가 쏟아지면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2년 동안 비를 맞지 않는 가림막을 설치했고 정화시설을 최고조로 올린 곳만의 물을 식수로만 했다. 물을 펑펑 써가며 목욕을 하고 청소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자연적으로 목욕탕은 사라졌고 식당에서 첫 제공 이외의 물 한 컵 당 얼마를 지불해야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아파트 집집마다 할당된 물의 양은 정해져 있었고 사람들의 몸에서는 체취가 나거나 향수의 냄새가 더 심하게 났다. 무엇보다 옷을 빠는 일이 문제였다. 겨울에는 며칠씩 입어도 괜찮았지만 여름이 문제였다. 당연히 입원실이 있는 대형병원도 빨간불이 들어왔고 젤리 화가 된 사람들은 음압 병동에서 치료를 하며 겨우 목숨을 연맹했지만 살아나는 사람은 없었다. 대통령은 장관들과 의논을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국민들의 생활에 더 집중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국민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아 마찰만 일어나고 정부군의 총에서는 연일 총알이 발사되었다.
5개월이 있으면 대통령 선거일이라 나라는 양극화로 나뉜 사람들로 하여금 살얼음판이었다. 방역을 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행위일 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었다. 티브이를 틀면 정규방송은 하지 않고 매시간 전문가들이 나와서 이 사태에 대해서 의견을 내놓지만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집콕족들과 니트족들은 왜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느냐, 왜 예능프로그램을 하지 않느냐며 인터넷으로 방송국을 욕했고 대통령을 까돌리는 글을 올렸고 좋아요가 엄청났다.
집 안에 젤리화 된 사람이 있거나 동물이 있으면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다가 들켜버리면 정부의 제제가 들어온다. 일단 식수를 끊는다. 그리고 벌금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거주지의 방역을 핑계로 수용소에 들어가게 된다. 쓰리 아웃제에 걸리면 그렇게 된다. 한 간의 말로는 수용소에서 나온 사람이 드물었고 수용소가 과포화 상태라 방치되는 수용자들이 많았고 그들 중 대부분은 피부병이나 발진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죽음으로 간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무시무시했다. 소문이라는 것은 바람을 타고 옆으로 옮겨갈 때마다 더 확장되었다.
바람이 불어 얼굴에 닿으면 사람들은 불쾌해했다. 바람에 습기라도 있을라치면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인류는 그동안 재앙에 가까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여러 번 겪었다며 비가 오면 실내에 있으면 그만이고, 밖에 나갈 일이 있다면 우산과 마스크를 쓰면 된다고 했다.
내가 사는 집은 다운타운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했다. 우주기지와 통신을 위해 거대 안테나를 설치해둔 산이 있다. 20년 전에 쏘아 올린 우주선이 달과 지구 사이의 궤도에 있는데 이 도시의 여기 산이 가장 가까워서 거대 통신 안테나를 설치했다. 현재는 산 밑으로부터 해서 건축물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지만 20년 전에 지어진 집이나 건축물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비교적 도시 중앙에 산이 있지만 거대 안테나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없고 공권력이나 정부의 공무원들도 잘 오르지 않는다. 거대 안테나는 그저 신호를 보내고 받는 용도로 점검을 위해 6개월에 한 번 담당자가 헬기를 타고 안테나 주위 헬기장에 내릴 뿐이다. 내가 사는 집은 단독주택으로 작은 정원이 있다. 하지만 손질이 안 해서 벽이 없었다면 그저 숲으로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