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겉절이를 했다는 건 아니고,
그냥 겉절이를 했다.
식초를 많이 뿌렸더니 상콤한 게
봄 같을 줄 알았는데 오늘 봄날은 무척이나 흐리고
미세먼지 가득해서 봄 같지 않은 봄날이다.
이런 날은 고기를 구워야지.
비계가 가득한 고기.
예전에는 고기를 구워 먹으면 목에 낀 먼지를 내려 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주말에 고기를 많이 구웠다.
이집 저집 토요일 저녁에는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6일 내내 일하고 토요일에 일찍 집에 오는 날은 고기 구워 먹는 날이다.
현장에서 일하며 몸에 낀 먼지를 내리는 날.
하지만 위장으로 들어가는 길과 폐로 들어가는 길이 다르다는 걸
예전에는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행복했다.
웃음소리가 집집이 들렸다.
동네가 행복 꽃이 폈다.
고작 비계가 낀 고기를 구워 먹을 뿐인데 즐거웠다.
이렇게 먹고 나면 내 마음속 먼지도 좀 씻겨 내려가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