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전은 낮잠을 떠올린다. 물론 나만 그렇다는 것이다.
낮잠은 나에게 꽤 행복한 의미로 다가온다.
호박전은 낮잠을 떠올리니 호박전 역시 행복한 음식 중 하나다.
낮잠 십 년 정도는 낮잠을 자 본 적이 없다.
그 이전을 생각해 보면 집에서 낮잠을 잤는데,
십 년 정도는 낮에 집에 없었다는 말이고,
쉬는 날이 없었다는 말이다.
낮잠을 자는 건 몹시 행복한 일이다.
낮잠의 기억은 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요일에도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다.
네 시간 정도 수업을 받고 집으로 와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영화를 볼 요량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아직 세 시가 되기 전에 끓여 먹는 라면은 맛있다.
오후 네 시가 지나면 하루가 지나갔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세 시 전에는 아직 오전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집으로 달려와서 가방을 던지고 보니 어머니가 나 먹으라고 상 위에 호박전 한 접시를 해 놓고 외출을 했다.
라면 끓일 물을 올려놓고 앉아서 호박전을 먹었다.
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간장에 찍어 먹고, 마요네즈를 뿌려 먹고.
뭘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밥을 꺼내서 그 위에 김치를 올리고 호박전과 함께 먹었다.
역시 꿀 맛이었다.
나는 라면 끓이는 물을 다시 껐다.
집으로 오면서 비디오를 빌려 왔다.
토요일이니까 액션 영화를 본다.
호박전도 맛있고 영화도 재미있다.
다 먹고 밥상을 물리고 난 후 건방진 자세로 누워 영화를 본다.
그러다가 열어 놓은 창문으로 솔솔 봄바람이 들어온다.
계절의 바람은 시원해서 자꾸 눈꺼풀이 감긴다.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그대로 낮잠에 빠져든다. 행복하다.
그런 낮잠은 너무 기분 좋다. 자는 동안에도 기분이 좋다.
자면서도 봄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행복하다.
나에게 낮잠이란 행복이다.
일주일에 낮잠을 한 번 이상 잘 수 있다면 괜찮은 삶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십 년 정도 낮잠을 자 본 적이 없다는 말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순간순간 행복했던 적은 있었지만,
낮잠을 잘만큼의 행복한 삶은 아니었다.
앞으로 낮잠을 잘 수 있을까.
낮잠을 포기하는 대신 호박전을 먹고 있다.
아무래도 먹는 동안은 행복하다.
그때의 기시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