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집 떠나 생활하면서 식당 음식과 편의점 음식에 지쳤을 때
가끔 집에 내려가면 엄마가 한 창 차려주는 일반적인 밥상에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어릴 땐 참 별거 없고 반찬투정을 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별거 없는 밥상에 눈물이 나는 걸까.
집 떠날 때만 해도 기대에 차고 미래가 밝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일에 치이고 출퇴근 시간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면
가장 먼저 먹는 것에 소홀해지고 대충대충 하게 된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와 라면을 끓여 밥상 위에 올려놓다가
밥상 다리가 힘이 없어 기울면서 라면이 전부 쏟아졌다.
그 모습을 그저 멍하게 바라봐야만 했다.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밥은 고사하고 씻고 옷을 입고 마을버스 타고 대로변까지 나와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그 버스의 숫자가 싫다.
늘 그 버스를 타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터져 나간다.
양보라든가 친절을 찾다가 버스를 타지 못하기라도 하면, 상상하기 싫은 일이 일어난다.
버스 문에 매달리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올라타야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버스 속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숨냄새와 비 비린내로 인해 먹은 것도 없는데 구토가 인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옥철에 오르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되어 버린다.
보이는 건 사람들의 등과 길고 짧은 머리카락이 달린 머리통뿐이다.
고개를 꺾어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도 무사히 회사에 도착하기를 빈다.
이렇게 난리 통을 지나야 회사에 출근할 수 있다.
소변이 마려워도 참아야 하고 앞사람의 머리에서 썩는 내가 나도 참아야 한다.
이렇게 모든 걸 참아가며 서울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6년째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집을 떠날 때 힘없이 서 있던 나를 안아주며 나의 길을 두려움 없이
상경했지만 현실은 나의 발끝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만 한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이 미래인 현재에 오직 희망 하나만 믿고 달려왔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배신을 잘 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순간 이 세계에서 외톨이가 되었다.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가는데 나만 같은 곳에 머물러 있다.
이젠 지친다.
라면이 쏟아졌다.
밥상 위에서 흐르는 라면 국물이 바닥으로 퍼지는 꼴이 마치 머리가 터져 뇌하수체가 흐르는 모습처럼 보였다.
지칠 대로 지쳐 집으로 내려와 초인종을 눌렀는데,
엄마는 예전처럼 변함없이 어서 와, 힘들었지?라며 밥상을 차려 주었다.
그저 일반적인 밥상,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반찬을 먹는데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