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사람의 이야기
김민기의 ‘백구’라는 노래가 있다. 백구라는 노래를 끝까지 잘 들어보자. 리듬이 비슷하게 이어진다. 첫 소절을 듣고 그다음부터는 흥얼흥얼 같이 따라 부르기 쉽다. 양희은이 부른 백구를 일단 한 번 들어볼까. https://youtu.be/Z--qzGwSbeU
노래 백구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들까.
백구라는 노래는 김민기가 아주 오래전, 꼬꼬마 양희경이 언니인 양희은을 만나러 갈 때 일기장을 들고 있어서 꼬꼬마 양희경과 마주친 김민기가 이렇게 보니, 양희경이 집에 키우던 임신을 한 백구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백구는 병원의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가죽 줄로 입을 묶기도 해서 너무 무서운 나머지 병원을 탈출해서 길거리로 도망갔다가 자동차에 치여 죽어버렸다.
양희경은 백구를 들고 엉엉 울면서 묻어주는 이야기가 일기에 적혀 있어서 그것을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9분짜리 백구라는 대작을 만들었다. 가사 이면에는 그런 내용이 있었다.
김민기는 시인이다. 시인이 시를 적을 때는 정직하고 진실되게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내서 적는다. 그래서 시라는 문학은 여러 문학 중에 가장 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민기는 양희경의 일기에서 무엇을 본 것이다. 김민기는 현재 어린이 뮤지컬도 공연하고 어린이를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동요라든가 동화라든가 뭐 이런 것들에 관한 사업들.
양희경은 어릴 때 사랑을 주고 키우던 백구가 사고가 나서 죽는 장면을 봤다. 사랑을 줬던 동물이 죽었다. 그리고 헤어지게 되었다. 슬프고 아픈 마음을 처음 경험했다. 헤어지는 아픔을 느끼기에는 아직 어렸던 꼬꼬마 양희경. 마음이 아픈 이유는 사랑을 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백구와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의 소중함을 꼬꼬마 양희경은 알게 되었다. 단순히 티브이에서 사고가 나거나, 아픈 사연은 아이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촉감이 없고 사랑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안다. 내가 만져주고 이야기하고 먹이를 줬던, 내가 사랑했던 것과 헤어짐을 겪는 것의 소중함을.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나중에 나보다 일찍 죽을 엄마와 아빠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헤어짐은 아름다운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은 엄마 아빠의 몫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백구의 노래를 듣고 슬프다는 것을 느꼈다면 김민기는 그 이면의 것을 보지 않았을까.
김민기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눈을 돌린 것은 당시 시대의 민주화를 보면서 김민기는 자본주의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어른들에게는 어떤 외침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어린이들이었다.
몇 해 전에 방시혁도 동요집을 냈다. 아이들이 그 노래를 듣고 몹시 좋아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내 아이가 이상한 것 같은데? 뭐가 잘 못 됐는지 모르겠는데? 하는 엄마들이 있다. 정말 아이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여기서 단추 이론을 떠올려봐야 한다. 단추가 처음부터 잘못 잠긴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만 원짜리와 과자를 주면 과자를 택한다. 하지만 돈을 택하는 날이 온다. 어릴 때 신발 구겨 신는다고 너무 나무라지 말자. 커서도 신발 구겨 신고 다니는 사람 몇이나 될까. 김민기의 백구는 슬프기도 하지만 잔인한 노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생명의 소중함을, 헤어짐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마리모 이야기'로 알려진 '우리 개 이야기'라는 아주 짧은 일본의 단편 영화가 있다. 마리모와 만나게 되어 처음 사랑을 깊게 준 마리모가 나 보다 일찍 떠나게 되었을 때 미카의 시점과 미카를 두고 먼저 떠나는 마리모의 시점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오래된 영화지만 개와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이 주는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