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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9. 2020

카모메 식당의 오니기리

음식 이야기

카모메 식당을 보면 사치에가 만드는 맛있는 음식이 잔뜩 나온다. 오래전 이 영화를 보면서 코피루왁도 처음 알았다. 카모메 식당은 영화 ‘안경’이나 ‘호노카아 보이’처럼 느리고 공간의 여백이 많은 영화다. 그런데 보고 나면 가슴에서부터 서서히 음식들이 빈 공간을 채워준다. 세 영화 모두 맛있는 음식이 가득 나오고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진다. 잘 모르지만 그동안 살아보니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


영화 카모메 식당을 사람들이 왜 많이 볼까. 상영관에도 개봉 같은 건 잘하지 않은 영화를 사람들은 잘 도 찾아서 본다. 마치 유명하지 않은 맛있는 식당을 어떻게든 찾아서 가는 것처럼.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이라는 관념에 대해서 영화는 말하고 있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의 태도가 그렇다.


평온하기만 하고 평화로울 것만 같은 핀란드.

하지만 동화 속 같은 그곳의 사람들도 여기, 내가 지금 서 있는 곳, 복잡하고, 짜증 나고 탈출하고 싶은 마음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그곳의 사람들도 현실이, 삶의 고통이 힘들어 벗어나고 싶다. 그 사이를 사치에의 오니기리가 파고들어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음식은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음식을 같이 앉아서 먹으며 가족이 무엇인지,  사람과 사람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음식이 지니고 있는 메타포다. 혼밥이 좋지만 정말 혼밥이 좋아서 먹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혼자서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혼밥을 한다. 밥은, 음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세상 돌아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먹는 게 맛있다. 무엇보다 그 뒤에 따라오는 행복이라는 특정 지을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든다.


요리에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알아차렸겠지만 사치에가 요리하는 주방기구들이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든다. 그 어느 주방용품점에서도 볼 수 없는 그릇과 용기들이 영화 속에서 빵을 굽고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의 형식을 띠고 있고 당시, 식당에서 3일 동안 촬영이 이루어졌다.


촬영 팀은 영화가 촬영에 돌입하기 훨씬 이전에, 헬싱키에서 제일가는 주방기구 디자이너를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는 아니겠지만) 영차영차 해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주방용품을 디자인하여 영화 속 카모메 식당의 주방기기들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주먹밥이라 불리는 오니기리는 손으로 쥐어 마음을 전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주먹밥을 만드는 이들의 표정은 언제나 평온하고 때로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 이유는 만드는 이의 마음이 먹는 이에게도 전달되라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전쟁 후 아이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었던 어머니들의 얼굴이 그러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오니기리를 만드는 사치에의 표정이 바로 그것이다.

타인이 서로 만나서 ‘우리’가 된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다.

서로 겸손을 배우게 되고 느림의 미학이 잘 버무려진 맛있는 영화가 카모메 식당이다.

가슴이 서서히 차오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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