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선물의 개념은 받아서 부담스럽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급 선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잘 모르며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나는 가진 것도 없고 돈도 없어서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을 할 때에는 대체로 뭔가를 만들어서 주는 경향이 짙다. 고등학교 때와 대학교 때는 주로 음악 앨범을 선물로 줘버렸고, 제대 이후에는 좋아하는 책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래서 다 좋아했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모두가 음악을 좋아하지만 선물로 음반은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모두가 책은 좋아하지만 선물로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군대에서 겨울이면 훈련에서 열외를 하여 한 달 내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팔거나 고참들의 거북선 같은 것들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사진을 편집하고 나서 언젠가부터는 뭔가를 만들어서 선물로 줘버렸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지인들에게 선물할 일이 생기면 폰으로 아이들을 찍어서 그것을 가지고 편집해서 시계를 만들어서 준다. 시계는 다이소에서 오천 원이 넘지 않는 걸로 준비를 한다. 시계의 내용물을 사진으로 덮기 때문에 예쁜 그림 같은 건 필요치 않다.
이렇게 만들어서 주는데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좋아하는 것 같다. 돈까지 주는 사람이 있어서 얼씨구 덥석 받고 싶지만 멋있지는 않지만 거절하는 방법도 나는 안다.
또 겨울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오면 이렇게 러브 액츄얼리 배경으로 카드를 만들어서 주기도 한다. 매년 만드는데 매년 인기가 좋은 것 같다. 정말이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매년 카드를 만들고 있다. 하나의 틀을 만들어 놓고 사진만 편집해서 넣어도 될 것을 매년 새롭게 다시 만들고 있다. 어떻든 이렇게 몇 장 만들어서 주면 깜짝 놀라면서 좋아한다. 대체로 아이보다는 아이의 엄마가 무척 좋아한다. 실은 그걸 노렸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리고 몇 명 없지만 오프라인으로 나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짤막하게 쓴 소설을 편집을 하여 프린트해서 책자 형식으로 만들어서 주기도 한다.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만큼의 느낌은 아니지만 사진의 질감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이렇게 마우스로 그림을 그려서, 물론 며칠씩 끙끙하며 그려야 한다. 그렇게 그려서 프린트를 해서 액자에 넣어줘도 선물로는 손색이 없다. 왜냐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이기 때문이다. 품이 들어서 그렇지 돈은 들지 않는다. 8*10 사이즈 원목 액자에 유리가 있어도 하나에 삼천 원이다. 정말 저렴하다. 나는 늘 한 박스씩 주문을 하는데 삼만 원이면 10개가 들어있다. 의미가 없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다.
한 번은 장례식장에 가게 되었는데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는 사람, 밥 먹는 사람,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장례식장에서 사진을 찍으니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휴대폰이었으면 좀 더 괜찮았을까? 나는 카메라를 들고 철컥철컥 담았다.
며칠 뒤에 방대하게 찍은 사진들로 앨범을 만들어서 드렸다. 지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지인의 어머니가 그 앨범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때 고맙다는 소리를 열 번은 들었다.
선물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나도 돈을 좋아하지만 꼭 돈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선물을 받은 그 하루 정도는 일탈하는 기분을 가지는 거 같아서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만든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선물은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