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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31. 2020

좀비 성시경 2

단편소설

2.

 만나면 성시경이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김혜리 기자의 영화 이야기에 대해서, 노중훈 작가의 음식 이야기에 대해서, 문 배우의 오버스러운 웃음에 대해서, 융진의 착 달라붙는 대사에 대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고 티제이의 투박한 사투리와 재미가 점점 떨어져 가는 조정치는 우리의 끝없는 대화거리였다. 나는 성시경의 노래를 좋아하는 수준이라면 여자 친구인 그녀는 성시경의 모든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남자 친구로 만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술을 마시면서 그녀는 나에게 성시경의 성대모사를 보여주었다.


 "음음, 자 잘 들어봐요"라고 하면서 말을 했다. "그쵸?"라고? 했다. 성시경이 라디오에서 게스트들과 이야기하는 도중에 그쵸~~~~? 그렇죠? 그쵸? 그쵸?라는 부분을 잘 집어서 흉내를 냈다. 나는 일어나서 박수를 세 번 쳤다.     



 그런데 어느 날 성시경이 언데드, 좀비가 된 것이다. 한 달 전에 기이한 전염성이 바이러스가 세상에 도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람들은 조류독감이다, 사스다, 에볼라 내지는 살인 진드기다, 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동안 여러 바이러스를 겪은 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중국을 통해서 건너온 살인 바이러스에 대해서 초기에는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정부는 언론을 장악해서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연가시처럼 살인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중국과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에도 살인 바이러스가 들어왔다. 대륙을 통해서 황사처럼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덮쳤다. 또 다른 경로는 미국과 유럽을 통해서 번진 바이러스는 일본을 거쳐 대한항공과 크루즈 호를 통해서 침투하게 되었다.     


 중국 공연을 갔던 아이돌 그룹 중에 한 명이 오밤중에 숙소를 나가서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그곳에서 언데드에게 손목을 물렸다. 서서히 두통이 오고 매스껍고 몸에 열이 극도로 나기 시작했지만 그 아이돌에게는 잠복기가 있었다. 언데드 바이러스는 사람에 따라 나타나는 시간차가 제각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물리고 십 초 안에 언데드가 되는 경우가 있었고 어떤 사람은 한 시간, 하루, 이틀간의 시간 간격이 달랐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 체내에 있는 적혈구의 양과 면역체계에 따라 바이러스의 경로가 다르게 침투하기에 시간의 간격 차를 만들어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의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지 언데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아니었다.     


 공연을 가서 언데드에게 물린 아이돌은 그 살인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주일 정도 지속되었는데 아이돌 그룹이 한국으로 들어와서 처음 한 스케줄이 성시경의 음악도시였다.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는 성시경의 방송에 아이돌이 나오게 되었고, 방송 도중 질문에도 침묵을 지키던 아이돌이 갑자가 작열통에 시달리다 체열이 사라지고 눈동자가 회백색으로 변하더니 성시경에게 달려들었다. 성시경은 그 아이돌에게 물려 언데드가 되었다.    

 

 이후로 성시경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없었다. 성시경뿐만 아니라 같이 라디오를 이끌던 게스트들도 전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단 한 사람, 조정치를 서울의 외곽지역에서 언데드로 변해있는 모습을 봤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구울의 법칙이라는 책에, 언데드에게 물렸을 때 한 마리에게 물릴 때와 여러 마리에게 물렸을 때 변한 언데드를 만나면 그것에 대한 대처 요령이나 강령이 나와 있었다. 한 마리에게 물린 언데드는 비교적 인체의 팔다리가 전부 붙어 있었고 빠르게 달릴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혼자서 상대를 하는 것을 피하라 되어 있다.     

 

 반면에 여러 마리의 언데드에게 물려서 언데드로 변한 사람은 팔다리가 다 뜯겨 나가고 심지어 하체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에도 어기적거리며 사람을 보면 잡아먹으려 달려들기 때문에 도망가기가 쉬우며 뒤로 돌아서 머리를 날리면(터트리면, 박살내면) 된다고 나와있다.     


 서울의 외곽 지역에서 발견된 조정치는 여러 언데드에게 물린 모양이었다.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갔고 곰팡이의 포자가 온몸과 얼굴을 점령해 버려 썩어 들어갔음에도 안경을 쓰고 있었다. 이후 언데드로 변한 조정치의 행방은 전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나의 여자 친구가 언데드로 변한 성시경을 구한답시고 성시경을 찾으러 갔다는 것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성시경의 여성 팬들이 언데드로 변해버린 성시경을 구해야 한다며 방송국 앞에서 집회를 가졌고 그의 노래를 단체로 따라 부르면서 성시경을 찾는 모임의 활성화를 꾀했다. 많은 사람들이 언데드가 되었고 지금 인간들은 언데드가 되어버린 그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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