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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9. 2020

좀비 성시경 1

단편소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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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성시경이 좀비가 되었다. 라디오를 진행하던 중에 일어난 사건으로 성시경은 좀비로 변해버렸다. 한국은 좀비로 변이 시키는 티바이러스로 인해 국가구조가 파괴가 되었고 정부는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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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수들 중에서 성시경의 노래를 가장 좋아했다. 그의 노래를 종종 불렀다. 혼자서도 흥얼거리고 노래방에서도 부르고 걸어가면서도, 목욕을 하면서도 불렀다.    


 '가지 말란 말, 사랑~한단 말, 가슴~ 멎을 한 숨으로 힘겹게 삼키고~~'     


 성시경의 노래는 부르기가 참 힘겹다.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유하게 그 선을 넘나들기가 무척 까다롭다. 하지만 한 노래를 열과 성을 다해 87번을 연습하면 꽤 잘 부를 수 있었다. 나에게는 어렵지만 성시경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았다. 어째서 그러냐고 물어봐야 설명할 길은 없다. 성시경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요컨대 마음의 야들야들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움켜 잡는 느낌이 든다. 성시경의 노래 하나를 87번 부른다는 것은 골프를 잘 치기 위해 필드에 87번 나가는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노래방에서 노래 하나를 87번 부르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 어느 공간에서 성시경의 노래 하나를 87번 부른다는 것 역시 힘겨운 일이었다. 시간을 들여서 꾸준하게 조금씩 큰 소리로 불러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좋아하는 성시경의 노래 몇 곡은 잘 부를 수 있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엇비슷한 것 같지만 노래마다 전달하는 느낌이 무척이나 달랐다.


 그것은 가사가 전달하는 방식에도 그렇지만 성시경이 노래를 부를 때 음역의 높낮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넘나들어서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그 노래 속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성시경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 역시 엇비슷한 내용 같지만 노래가 말하는 이야기는 제각각의 언어가 있었다. 그건 들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작곡가들에게 받은 가사를 무척 꼼꼼하게 체크했을 것이며, 보다 노래 속으로 더 들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성시경에 요즘 부르는 노래에는 예전 초기의 노래처럼 스타리스탐 같은 스캣은 배제되었지만 좀 더 세련되었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근래에 많은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다 어느 지점에서 이 부분에서 높게 부르겠구나,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샤우팅을 하는 것에 비해 성시경의 높은 음역의 노래는 달랐다.     


 나는 남자지만 혼자서 성시경의 콘서트에 갔다. 나를 둘러싼 모두가 여자들이었고 그녀들의 눈빛은 곗돈을 타는 엄마의 눈빛 같았다. 반면에 여자들을 따라서 같이 온 남자들의 눈빛은 곗돈 타는 당일 돈 떼 먹힌 엄마의 눈빛, 그런 것이었다. 나는 성시경의 콘서트에서 그가 부르는 노래를, 콘서트에 온 많은 여자들처럼 모든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성시경이 부르는 노래가 그저 좋았다. 성시경은 콘서트에서 많은 여자 가수들과도 듀엣 곡을 불렀다.


 패티 김의 딸인 카밀라와도 노래를 불렀고 엔과도 불렀다. 박정현과 부른 노래도 좋았다. 그때 콘서트 현장에서 비록 박정현은 거대한 화면으로만 등장했지만 성시경은 콘서트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했다. 가수는 공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라고 노래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발음이 좋은 그는 팝도 많이 불렀다. 성시경의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끼리는 'try to remember'에서 가사 중에 샙템버 할 때, '버' 이 부분을 들으면 묘한 울림을 받았다. 특유의 발음으로 '버'하는데 그 부분을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듣는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유희열이 성시경을 죽이기 위해 만든 노래 '안녕 나의 사랑'은 성시경이 죽을 듯하면서도 죽지 않고 해낸다. 보고 있으면 정말 죽을 것 같은데 성시경이라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 살아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앞으로 콘서트에서 이 노래는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성시경의 노래 중에는 가슴 아프고 무척 슬픈 노래들이 많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부서지는 사랑을 한 기분이 들었다. '잊혀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가사 속의 풍경 속으로 우리를 들어가게 만들었고, '비 개인 오후'는 그녀를 위해서 지금 달려가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성시경의 콘서트 장에서 만났다. 나도 그녀도 지방까지 따라가서 콘서트를 관람했다. 둘 다 멀리서 혼자 성시경의 노래를 들으러 지방까지 갔던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나란히 자리를 잡고 성시경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 서로 눈빛이 마주치면 웃었고 성시경이 거대한 몸집으로 기이한 의상을 입고 나와서 재주를 부리면 파안대소를 했다. 그날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이후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되면서 성시경의 노래를 임계점으로 하여 서로 친숙하게 지내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그녀 앞에서 성시경의 '아는 여자'를 불렀고 그녀와 '그대네요'를 같이 부르면서 우리는 빨대를 같이 사용하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지칠 줄 모르고 만나면 성시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세월이 지나면 나태해지는 다른 커플에 비해서 전혀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는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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