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3.
성시경을 찾으러 떠난 여성모임은 꽤 규모가 컸으며 언데드들의 위험요소는 안중에도 없었다. 감기 바이러스쯤으로 생각하고 마스크를 준비하고 그녀들은 단체로 생업이나 생활을 포기하고 성시경을 찾아 가족을 버리거나 집을 떠났다. 나는 결심을 했다. 그녀를 찾아와야 했고 언데드로 변한 성시경을 잡아야 한다고.
정부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한강의 모든 다리를 끊어버렸고 군부대는 군인이라는 사명감으로 끊어진 다리에서 마지막까지 언데드들에게 총알을 퍼부으며 죽어갔다. 명령은 언데드들의 머리를 쏴 죽이라고 했지만 군대에서 간간이 하는 사격으로 적의 가슴을 명중시키는 훈련만 하던 군인들이 마구 움직이는 언데드들의 머리를 명중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끊어진 다리의 끝에서 죽지 않고 덤벼드는 언데드들에게는 자동으로 총알을 낭비하고 군인들은 언데드들에게 먹혀들었다. 끔찍한 장면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군부와 마찰을 빚었다. 군부는 군인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과 장비에 대해서 운운했고 정부는 그것에 맞섰다. 군인의 화기가 몰려오는 좀비들의 틈새를 벌려 놓으면 젤리처럼 또 달려드는 좀비들이 그 틈새를 메웠다. 서울은 물론이고 인천과 부산을 기점으로 해서 대구와 광주가 급격하게 언데드화 되었다. 한국은 인구 밀집이 놓은 곳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르게 사람들이 좀비가 되었고 메트로폴리탄을 벗어난 산간지역의 사람들은 아직 그 영향이 덜했다.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대도시를 출발로 하여 언데드들은 점점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갔다.
미국에서 한국 정부에 좀비의 특성과 특징, 그들의 걸음걸이와 대기 속에서 일산화탄소와의 반응과 곰팡이 균을 침투시키는 방법, 일반인이 언데드에게 대적하는 프로그램을 보내왔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것은 진격의 거인에서 고도로 훈련된 병사들도 거인과 맞닥뜨리면 훈련처럼 되지 않고 잡혀 먹히기도 한 것처럼 언데드들과 맞서게 되면 두려움이 엄청나게 몸을 덮쳐버려서 신체를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이 인간이 지니는 공포였다. 인간은 공포라는 감정에 휘둘리게 되면 생각처럼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사고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삽시간에 좀비화되었다. 좀비에게 물리고 난 후, 하루나 일주일이 걸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물리면 10분 미만에 언데드가 되었고 언데드가 된 그 찰나의 순간에 죽이면 되었지만 한국인들은 의외로 움직이는 것들을 죽이는 것에 몹시 힘들어했다.
세상이 언데드화 된 지 며칠 만에 아직 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언데드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시체 애호가들이었다. 그들은 좀비의 모습과 흡사한 몰골로 돌아다녔으며 언데드를 만나도 도망가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 틈에서 으으 하며 좀비를 따라 했고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시체 애호가들, 그들은 네크로필리아라 칭하며 언데드들에게 먹히는 그 순간이 최고의 쾌락적 절정에 도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언데드를 사냥하는 총을 든 사람이나, 무기를 든 사람들에게 맞아 머리가 깨지거나 군인에게 총을 맞으면 무척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곤 서서히 죽어가다 좀비에게 잡아 먹혔다.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두려움은 크고 무서운 것이었다.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그녀를 찾아다닌 지 3주가 넘었다. 3주 동안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파편화된 신체처럼 아포칼립스가 있다면 그것이었다. 라디오 방송은 물론이고 티브이의 정규방송과 케이블은 전면 중단되었고 방송 모두가 뉴스 하나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건너온 언데드를 만났을 경우를 대비하는 강령이 담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집 안에서 대처하는 요령과 정원에서 만났을 경우, 그리고 여러 마리의 언데드들과 마주쳤을 때와 혼자 다니는 언데드를 만났을 경우에 따른 강령의 프로그램은 지극히 미국적이었다. 한국의 집은 미국의 집 구조와 달라서 일단 아파트 안으로 파고 들어온 언데드들에게는 꼼짝없이 잡아먹혀야 했고 집안으로 들어온 언데드들을 피해서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은 그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언데드들에게 잡혀 먹혔다.
나는 고층건물의 창문 닦는 일을 전문으로 했다. 창문을 닦으며 늘 성시경의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불렀다. 고층에서 노래를 크게 부른다 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래서 성시경의 노래를 어렵지만 곧잘 부를 수 있었다. 나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줄을 타고 빠르게 상하로 움직이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래위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움직여야 했다. 리바이 병장(진격의 거인에 나온)만큼 재빠르게 줄을 이용하지는 못했지만 빠른 시간 안에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일 수 있었고 그렇게 해야만 했다.
3주 동안 나는 그녀의 행방을 찾아다녔다. 각종 법칙을 대입해가며 그녀를 찾아다녔다. 가설은 전부 걷어버려야 했다. 경제성의 원리가 지금 무슨 소용이겠냐고 하겠지만 지금 상황은 상황을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나는 몸에 밧줄을 걸고 이 아파트에서 저 아파트로 바람을 가르며 이동을 했다. 바람을 따라서 시취가 딸려왔다.
아파트 속의 복도나 집은 대부분 언데드들이 점령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벽지에 튄 핏자국이 상황을 말해주었다. 나는 복도를 타고 들어가서 그녀의 집에서 그녀가 쓰던 노트북을 발견했다. 그녀의 노트북에는 집회를 알리는 시간과 장소와 함께 성시경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명단 같은 것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 않는 신음을 내며 몰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재빠르게 창문으로 다시 나와야 했다.
으으 하는 더러운 소리를 내지르는 언데드들이 방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나는 노트북을 덮고 창문으로 줄을 타고 빠져나왔다. 언데드들이 나를 잡으려고 창문으로 따라오다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몇 놈이 떨어졌는데 바닥에 머리를 박은 놈이 그대로 죽어버렸지만 다리나 몸통이 먼저 닿은 놈은 몸뚱이가 반 동가리가 나도 다시 어기적거리며 언데드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고층에 매달려 바라보는 광경은 실로 엄청났다. 게다가 시취를 비롯한 악취가 터뷸런스를 타고 상층부로 올라와서 더욱 고통스러웠다. 악취는 오래된 물에서 나는 비린내와 썩어가는 곰팡이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땅바닥은 언데드들이 점령을 했다. 이틀 전에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집에 갔을 때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