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4.
그녀의 친구 역시 성시경의 팬으로 그녀와 함께 성시경을 찾는 단체에 들어가서 행동에 옮겼을 모양이었다. 그녀의 친구 집 역시 아파트였는데 아파트 줄을 타고 건널 때 한 가족이 언데드들에게 잡혀 먹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가족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 서려 있었다. 언데드들에게 물리면 극심한 작열통이 신체에 찾아온다. 그 고통이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그리고 신체의 일부가 뜯겨 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는 것이다.
어떤 아파트에서 SM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파트에 모여 언데드 하나를 묶어 놓고 광란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묶여 있는 언데드는 20대 초반의 남자였다. 185센티미터쯤 되는 키에 운동을 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쪽 눈이 없었고 그 자리에는 공백이 대신하고 있었다. 그나마 붙어있던 눈도 코 가까이 떨어져 나와있었는데 예수의 형상처럼 묶여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언데드가 묶여 있는 거실에는 여자 3명이 검은색으로 된 캣우먼 같은 의상을 입고 무엇엔가 도취되어 있었고 그녀들은 언데드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어졌다 하면서 그들만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묶여 있는 언데드의 곁으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한 여자가 있었다. 술과 약에 취한 또 다른 한 여자가 언데드 가까이 간 여자를 웃으며 밀었다. 밀린 여자도 미친 것처럼 웃었고 민 여자고 웃었고 그것을 지켜보며 술을 마시던 여자도 웃었다. 묶여 있던 언데드가 밀려온 여자의 목을 물었다. 밀려서 언데드에게 몸을 부딪힌 여자는 언데드에게 물리자마자 뒤로 돌아서 언데드의 뺨을 후려쳤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덜렁거리던 눈이 언데드의 얼굴에서 떨어졌다. 사람들은 금기를 통해서 쾌락과 흥분을 극도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쾌락의 끝에 다다랐을 때 죽음과 동시에 시체로 되살아났다.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피해 다니면서 그녀를 찾을 궁리를 모색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두려움을 마음 깊숙이 가지고 있었다. 좀비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는 했지만 막상 대하기에는 무섭고 두려웠다. 그 흉측하게 생긴 얼굴이 싫었고 흉포하게 되기 전의 멀쩡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어딘지 모르게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후에 나는 아버지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며칠 전, 그렇게 크지 않은 키에 찌어진 살갗에서 흘러나온 검은 점액에 눌어붙어 어떤 색인 지도 분간이 가지 않는 티셔츠를 입고 머리의 반은 날아가 버리고 한쪽 팔은 몸에서 떨어졌지만 핏줄 같은 것으로 겨우 붙어서 땅바닥에 질질 끌고 있는 좀비가 어린아이를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나는 지나치려 했지만 아이는 겨우 9살 정도였다.
아이는 너무 겁을 먹었고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언데드를 피해서 도망치면 되는데 아이는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것은, 좀비는 움직일 수 있는 한쪽 팔로 아이의 목을 잡고 아이를 들어 올렸다. 나는 이제 아이를 구할 수는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그곳을 지나치려 했는데 아이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내가 아이를 지나치려 하는 것도 어쩌면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생명은 이제 꺼져가려 하고 있었다. 아이는 이제 가망이 없으니까 지나친다면 그 이면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 아이를 죽이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구하려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하지만 분명 끝에 갔을 때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두려움이란 내가 정말 이겨내지 못하는 감정의 응어리일까.
언데드가 된 성시경과 마주치면 나는 분명히 두려움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다. 과연 그런 상태로 그녀를 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고 바지 주머니에서 환으로 된 백신을 꺼냈다. 그것을 입에 넣으려고 했다. 백신은 그녀를 위해서 구입한 것이었다. 백신은 물리기 전에 먹어야 한다. 치료제가 아니다. 나는 지금 저 아이를 구하러 가려한다. 하지만 몹시, 굉장히 두렵다. 내가 살아오면서 두렵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꽤 여러 번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의 두려움에 비한다면 그동안의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언데드를 피해서 빌딩을 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이를 물어뜯으려 하는 저 언데드는 무척이나 작은놈이다. 하지만 저것에서 아이를 구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백신을 다시 한번 입에 넣으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그녀를 구하러 가서 그녀가 성시경에게 물렸을 때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1초 동안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어떻게 할까.
나는 왜 아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까.
왜 아이의 눈빛과 마주쳤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