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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3. 2020

좀비 성시경 5

단편소설

5.

 나의 마음은 그곳을 벗어나라고 하지만 몸은 이미 아이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아이는 고작 9살 정도다. 나에게도 조카가 있었다. 딱 저만한 나이다. 전화가 불통이 되면서 조카의 소식은 이제 듣지 못하게 되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언데드가 되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주파수 소식통으로 인해서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가망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의 조카는 그녀를 잘 따랐다. 나는 조카가 머릿속에서 언데드들에게 물리는 순간을 떠올리니 저것에서 아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입안에 넣으려고 했던 백신을 다시 바지 주머니에 넣고 그것에게 달려갔다. 허리의 줄을 팽팽하게 한 다음 나는 아이에게 한 눈을 팔고 있는 그것의 뒤로 돌아가서 목에 줄을 걸었다.      

 그것의 가까이 갔을 때 무척이나 기이한 냄새가 났다. 더럽고 추악한 냄새가 가득 풍겨 나왔다. 입을 떡 벌리고 아이의 목을 물려고 하는 순간 나는 그것의 목에 감은 나의 허리의 줄을 힘껏 당겼다. 나는 얼마나 힘을 줘서 줄을 당겼을까.     


 입을 벌린 그것에게서 비린내가 심하게 났다. 썩은 해초에서 나는 냄새와 우유가 썩은 냄새가 동시에 번져 왔다. 이놈은 분명 초기에 언데드가 된 놈이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는 것과 동시에 아이에게 눈으로 걱정하지 말하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것을 감고 있는 줄을 더욱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나는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그 아이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는 그것의 머리를 그것의 몸에서 떼어 내서 저만치 끌고 가고 있었다고 했다. 목은 그것의 몸통에서 떨어져 나와서 검은 액을 뿜으며 내가 허리에 차고 있는 탄탄한 나일론 줄에 매달려 저 멀리까지 질질 끌려가더라고 했다. 그때 나도 모르게 나에게서 초인적인 힘이 나타났나 보다. 나는 이후로 언데드와 마주쳐도 큰 두려움 없이 그것과 맞설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제약회사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잠재우는 약을 만들었다. 초기 언데드가 한국을 점령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거대 제약회사는 바이러스 면역백신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기업들은 이 사태가 진정이 되면 살아남은 기업들의 주식은 대거 오를 것이라는 관측을 했고 그중에 제약회사도 일익을 담당했다. 그들은 우황청심환 같은 환을 만들어서 언데드에게 물리더라도 물리기 10분 전에 꼭꼭 씹어서 복용을 하면 언데드 화가 늦어지며 그때 또 다른 알렉토신이라는 약물을 투여하면 바이러스는 침투하지 않는다고 광고를 했다. 하지만 이후 한반도를 덮친 살인 바이러스는 모든 기업을 올 스톱시켰다.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미리 좀비 바이러스 백신을 구입해놓고 더욱 비싸게 일반 사람들에게 되팔아버리기도 했다. 그들은 굳이 백신이 없어도 요새 같은 곳에 저들끼리 숨어 지내면 되었다. 하지만 백신은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것이 사람의 목을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 때 백신을 복용한 사람은 코웃음을 쳤다.     


 나는 좀비가 되지 않아! 걱정이 없다고!라고 외쳤지만 물리는 순간 엄청난 작열통이 온몸을 두드려 때렸다.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살이 뜯겨 나가고 팔이 끊어지는 고통은 설명이 불가능했다. 팔을 못 쓸 정도로 언데드에게 물리는 경우는 두려움에 심장이 터져 그대로 죽어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어쩌다가 알렉토신을 먹게 되더라도 사람들은 결국 언데드가 되었다. 백신이 있다 해서 무방비 상태에서 좀비들에게 습격을 받은 사람들은 백신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욱 비참하게 몸의 부분 부분이 떨어져 나가 형편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백신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듣지 못했다. 그전에 이미 백신을 구해놓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고 63 빌딩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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