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Sep 2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22

9장 3일째 저녁

222.

 마동은 해변에 널려있는 수많은 군상의 에르고숨을 느끼며 장군이가 있는 카페 뒷마당으로 갔다. 그곳에는 어제와 같이 송아지만 한 블랙 그레이트데인 장군이가 서 있었다. 작은 카페 안의 테이블에는 이미 자리가 없었고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점령한 해변에서도 아직 이렇게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장군이 주인이 대단하게 보였다. 작은 카페에서 풍기는 커피 향은 넓은 바닷가에 깔려 있는 더러운 냄새를 차단했다. 사람들은 커피 향에 이끌려 야외로 나와 에어컨 바람에 지친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여러 가지 음료가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이곳은 커피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커피의 종류가 많았고 각각의 맛을 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만 장군이의 주인은 따뜻한 커피를 만들어서 파는 것일까. 아니면 늘 그런 것일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 무더운 여름의 해변에서 모두 하나같이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사람들이 후텁지근한 여름밤의 해변에 앉아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기이하다면 기이했다. 이 작은 카페에서도 인간의 기호가 후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무더운 여름에 뜨거운 커피는 의외로 잘 어울릴 수 있다. 장군이가 있는 작은 카페에도 코피루왁을 판매하고 있다.


 도대체 코피루왁이라는 고가의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왜 이렇게 한국에는 많은 것일까.


 순수한 맛의 귀하고 고가의 커피가 한국의 카페에서는 죄다 판매되고 있었다. 과연 맛도 잘 구별할 수 없는 코피루왁이라는 이름의 커피를 비싼 돈을 들여가며 사람들은 잘도 마시고 있었다. 이제 코피루왁은 채취가 아닌 사육으로 퍼지고 있고 인스턴트로 코피루왁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었다. 여기 카페의 주인은 코피루왁을 어디서 구해오는지 모르지만 작은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어떻든 코피루왁을 맛볼 수 있었다. 어쩐 일인지 지금 해변의 작은 카페 앞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전부 코피루왁을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금방 끓여낸 닭죽처럼 뜨거운 코피루왁을. 장군이가 있는 카페 역시 사육당한 고양이에게서 구입한 코피루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러 사람들의 무의식을 뚫고 하나의 의식이 전해졌다.


 -그건 아니다 오로지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채취한 것만으로 만든 코피루왁 그건 내가 장담하다-


 마동은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에게 이렇게 정확하게 의식을 텔레포트를 해 줄 만한 존재가 근처에 있다는 말이다. 그 존재는 여기 카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애당초 이 카페 근처로 나오라고 했으니. 마동은 매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의식을 전달하는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곧 알게 되니 조금만 기다려준다-


 어법은 어딘가 빗나가 있었지만 의식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동이 그 의식에 텔레포트하는 방법을 몰라서 가만히 서 있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야외에 퍼지는 코피루왁의 냄새는 질 좋은 커피 향을 품었지만 마동은 커피가 마시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혀.


 평소에 에스프레소를 종종 마셨다. 간단하고 깔끔하게 만든, 신선한 채소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마시는 커피는 맛있었다. 커피는 허겁지겁 마시는 경우는 없다. 커피의 입장에서도 금방 마셔서 없어지면 더없이 서글플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국에서 커피는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는다.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커피도 한 번에 다 마셔버리는 경우도 드물었고 뜨거운 커피도 뜨거운 대로 맛을 음미해가면서 마시게 된다. 멸종하는 존재가 많이 있어도 커피는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건 분명했다. 카페 뒤에는 장군이가 미동도 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송아지만 한 그레이트데인은 어제와는 다르게 마동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마동은 장군이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서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보았다. 장군이도 마른번개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때 스포츠형의 짧은 머리를 한 장군이 주인이 카페의 뒷문을 열고 나오면서 자, 이제 갑시다.라는 말과 함께 장군이의 목줄을 기둥에서 풀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을 읽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