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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5.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24

9장 3일째 저녁

224.

 등대로 올라가는 너비가 5미터 정도로 꽤 넓었으며 높이는 한 계단과 한 계단 사이가 10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단 높이가 낮았다. 등대로 나있는 해안가의 계단을 오르면서 마동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을 스치고 지나쳤다.


 우우웅.


 촉이 드러난 시끄러운 소음이 점점 사라졌다. 이내 웅웅 웅웅하는 공명이 거의 소멸했다. 이명이 확실히 줄었고 사람들의 생각은 또렷하게 들렸다. 드디어 마동의 귀에 들어오는 노이즈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순수한 소리로써 타인의 의식이 마동에게 전달되어 왔다. 밤공기의 단층을 가로질러 어둠을 소리도 없이 타고 들어온 사람들의 무의식과 의식은 마동의 의식으로 하여금 차단과 받아들임의 조절이 가능하게 되었다.


 마동은 자신의 의식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일일이 차단했다. 대부분 희미한 생선 비린내처럼 의미가 없었다. 모두가 의식의 가치 전환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밤을 어떤 식으로 보낼 것인가가 그들의 주요 사항들이었다. 마동이 무의식을 받아들이는 통로를 크게 뚫어놓고 있어서 텔레포트를 보내는 그 존재가 마음 놓고 의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마동과 장군이의 주인과 장군이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장군이는 덩치가 송아지처럼 컸지만 주인이 개를 끄는데 힘들어하지 않게 옆에서 주인의 페이스를 맞춰 주었다. 마치 페이스메이커 같은 모습으로 앞을 보며 주인의 옆에서 발걸음을 맞춰 가는 모습이 폴 메카트니의 공연을 봤을 때처럼 신기하게 보였다.


 마동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눈에도 거대한 개가 아무렇지 않게 해안가의 계단을 앞만 보며 우아하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통의 장면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레이트데인이 사람들의 옆으로 지나가도 누구 하나 장군이를 경계한다거나 무서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당황하는 방법을 잊어버렸거나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버리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묘한 분위기를 장군이는 가지고 있었다.


 장군이는 주인과 함께 일주일에 4, 5일은 해안가를 따라서 조깅을 한다고 했다. 해안에 자주 나오는 사람들은 장군이가 지나가면 장군이를 쓰다듬었고 어린아이들도 손을 내밀어 장군이의 등을 슬쩍 만지고 엄마의 품으로 안겼다. 장군이는 사람들이 등을 쓰다듬고 머리를 만져도 앞을 보며 자세를 흩뜨리지 않았다. 주인이 천천히 달려가면 옆에서 장군이도 천천히 달렸고 빠르게 달리면 빠른 페이스에 맞게 달렸다. 볼수록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개였다. 어제 의식을 전달해준 무엇의 존재가 장군이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장군이는 마동에게 시선을 던져 주지도 않았고 어떠한 의식도 소리도 이후에 들을 수 없었다.


 마동은 장군이와 주인 옆에서 같이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렸다. 계단의 중간에 올라왔을 때 장군이 주인은 땀을 많이 흘렸다. 장군이 주인은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닦은 후 조금 천천히 잠시 쉬었다. 계단의 그 지점에서는 해안가가 환히 잘 보였다. 해안의 끝은 해무가 껴서 풍경을 가렸다. 해무 덕분에 보이는 가로등 불빛은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파의 어금니처럼 보였다. 계단 가까이 보이는 해안가는 형형색색의 인공조명이 먼 곳의 풍경과는 달리 사람들의 움직임을 활기차게 보여 주었고 대조적으로 검은빛의 바다가 일렁이는 모습은 불안하게 보였다. 저 멀리서 마른번개가 번쩍 떨어졌다.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사람들은 마른번개를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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