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Sep 2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28

3장 9일째 저녁

228.

 “해무는 우리가 이곳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 세계를 형성하고 있었지. 해무는 언제나 여름의 밤이 되면 저 멀리서 늘 이곳으로 오곤 했네. 포그에 관한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해무가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지. 해무는 늘 하던 대로 하는 것뿐이네. 인간들이 그 해무가 다가오는 곳에 들어서서 변화를 꽤 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모두 해무의 탓으로 돌리니 말이네. 며칠 전부터 기괴한 현상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네. 해무가 이렇게 껴 있지만 저 멀리서 한 번씩 내리치는 마른번개가 보이나?”


 마동은 보인다고 했다. 장군이 주인은 마른번개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다. 마동은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마른번개가 며칠 동안 이렇게 꾸준하게 내리친 적은 없었네. 마른번개가 잦아지고 해무도 이렇게 짙어져 버렸어.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말이네. 자연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지. 인간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거 같네. 나 역시 잘 모르지만 말일세. 사실 사람들은 마른번개가 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네. 믿지 못할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지금 저 멀리서 내리치는 마른번개를 보지 못하네. 아니, 인식하지 못해. 신경 쓰지 않지. 왜 그럴까? 뉴스에도 나오지 않고 일기예보에도 보도되지 않지. 어째서 그럴까?”


 송림 속의 소나무들은 자신들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뽐내듯 도도한 자태를 자랑하며 해무를 한껏 빨아들여 수줍게 젖어 있었다. 숲은 장군이 주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장군이의 주인은 걸으면서 땀을 닦았다. 숨이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며칠 전 장군이가 하늘을 향해 한참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나는 카페 안에서 목격했네. 장군이가 다른 개들과 다르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장군이가 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도대체 장군이는 어디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카페의 뒷문으로 나가서 장군이에게 다가갔네. 장군이는 주인인 나를 보며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었고 나는 장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군이가 바라보는 하늘을 쳐다보았네. 그곳에서 거대한 마른번개가 내리치고 있더군. 자 보게, 지금처럼 말이야.” 장군이 주인이 손가락을 들어 하늘의 한 점을 가리켰다. 뿌옇고 짙은 해무 속 저 먼 곳에서 번쩍하며 한줄기 마른번개가 하늘에서 바다를 향해 떨어졌다.


 “자네는 마른번개를 언제부터 보았나?”


 마동은 생각했다.


 언제부터 마른번개가 눈에 들어왔을까.


 장군이처럼 며칠 전이었다. 멀쩡할 줄 알았던 집에 연일 계속되는 비로 느닷없이 물이 새어 들어오듯 마동의 눈에 띄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부터 저에게도 마른번개가 보였습니다. 마른번개가 낮에도 내리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전 요즘 낮에는 몸살 때문에 사투를 벌이는 지경입니다. 사무실에서 탈수가 덜 된 젖은 수건처럼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자네는 역시 다른 이들과 달라. 마른번개에 대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보게. 마른번개가 저 멀리서 내리치고 있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네. 알고 있지 않아. 저렇게 눈에 보이는데 말이야. 장군이도 며칠 전부터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던 거야. 나도 그런 장군이의 모습을 처음 봤네. 한참을 그러고 있더군. 마른번개 역시 어쩌면 단순하게 해무처럼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자연의 부산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 마른번개는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