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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27

9장 3일째 저녁

227.

 달리면서 마동은 장군이 주인의 의식을 엿보았다. 주인은 아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장군이와 달리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집중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누군가와 같이 달린다면 신경을 써야 마땅하겠지만 주인의 의식은 zilch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주인의 의식은 우주와 같았다. 훈련을 해온 모양이었다. 장군이의 의식은 들여다볼 수 없었다. 개의 의식에는 접근을 하지 못했다.


 의식이 들리는 사람이 있고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어째서 그럴까.


 아마 동물협회에서 장군이의 사실(땀을 흘린다거나, 사람과 비슷한 눈빛을 띠거나)을 안다면 당장 달려와서 연구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것보다 마동의 상태를 알면 마동을 흰옷을 입혀 눕혀놓고 바늘을 찔러가며 연구를 먼저 할 것이다. 마동은 이제 귓가에 웅웅 거리는 잡음 섞인 소리 없이 타인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사이에는 분명 몇 개의 공백이 자리를 잡았고 해수면 밑의 공기 덩어리와 같이 부풀어 오르는 여백이 있었지만 머리가 아프지 않았고 정확하게 들으려는 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접근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변이를 거친(것이 분명한) 장군이의 생각에 도달하면 앞이 딱 막힌 큰 벽이 살아있는 뇌처럼 물컹거리는 앞을 가로막았다. 회반죽 같이 아직 덜 마른 벽이 살아있는 말랑한 뇌 같았다.


 접근할 수 없는 하얀색의 벽이었다. 높이가 5미터에 너비는 73미터 정도 되는 하얀 벽, 장군이는 확실히 변이 한 생명체였다. 장군이의 주인은 달리는 동안 자신의 의식을 모두 어딘가에 집어넣은 다음 무의식의 상태에서 달리는 행위에 몰두했다. 그런 훈련을 꾸준하게 달리면서 해왔을 모양이었다. 인간으로서 가능한 훈련인지 어떤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송림의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해무는 여전히 뿌옇게 모든 공간을 틈새 없이 골고루 채워져 있었고 해무가 지니는 습한 기운이 그들을 둘렀고 축축하기만 했다. 달려서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방해했다.


 “오늘은 해무가 엄청나군. 해무가 들어차고 이렇게 앞이 전혀 보이질 않으니 달릴 수가 없구만.” 장군이 주인은 땀을 많이 흘렸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팔뚝으로 닦았지만 팔뚝에서 흐르는 땀과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그저 교차했다. 마동도 장군이 주인의 말에 그렇다고 했다. 장군이 주인은 한 손으로는 길 앞의 공간을 휘저으며 걷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마동과 장군이도 장군이 주인의 보폭과 속도에 맞춰서 걸었다. 송림의 조깅코스를 밝혀주던 인공조명도 자신의 역할은 해내지 못하고 늙고 닳아버린 노인의 쪼글쪼글한 얼굴처럼 애처로워 보였다. 송림에서 나오는 나이 든 사람들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며 내려갈 것을 권고했다. 달리는 마동의 일행과는 다르게 내려오는 치장(齒長)들의 말로는 해무가 깊어 등대 주위의 바위는 보이지 않아서 올라서거나 바위에 올라가려고 하면 미끄러져 바다로 굴러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송림을 빠져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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