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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26

9장 3일째

226.

 “자, 이제 뛰어가지.” 주인은 마동에게 가자며 장군이와 함께 달렸다. 마동은 다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땀을 흘리는 대형견. 마동은 어제 자신에게 의식을 전달을 해 준 이는 장군이라는 확신이 섰다.


 내가 변이를 하듯 장군이도 변이를 한 모습이다. 개라고 하기에는 움직임이나 눈빛이 달랐다. 밤 11시를 향해 가는 해안가는 해무가 점령을 시작했다. 바다의 저 먼 곳에서 이곳으로 해무는 영역을 넓혀오고 있었다. 선량함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해무에 젖으면 슬픔에 목이 잠길 것 같았다. 등대는 해무에 대비하라는 하울링을 정박해 놓은 배를 향해 토해냈다. 계단의 끝에 올라서니 송림으로 몰려온 해무가 뿌옇게 모든 광경을 잡아먹었다. 해무가 몸에 닿자 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동은 팔뚝을 보았다. 해무가 팔뚝에 와 닿았다. 그 모습이 마치 오래된 기억이 몰고 온 소용돌이처럼 마음에서 한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이 느낌은 무엇일까.


 는개와 손끝이 닿았을 때 들었던 느낌과 비슷하다. 팔뚝에 닿은 해무가 정말 습한 것인지 습하다고 생각하는 기억이 몰고 온 감촉인지 마동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해무는 송림의 저쪽에서 차차 몰려와 그들이 움직이는 곳까지 순식간에 덮쳤다. 마동과 장군이와 장군이 주인의 몸을 에워쌌다. 해무가 구름처럼 몰려와 마동의 몸을 감돌았을 때 마동의 집적된 기억이 해무를 타고 마음속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다. 변기 속,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이 나왔던 소용돌이처럼, 는개의 손끝이 닿았을 때처럼.


 마동은 오래되고 압축률이 강한 기억의 시작이 어딘지 몰라 답답했다. 여름밤이면 해안가에 해무가 늘 밀려들어왔지만 다른 날에 비해 유독 질척이고 습한 기운이 가득했고 해무에 자줏빛이 감돌았다. 송림 사이를 뚫고 만들어 놓은 조깅코스를 따라서 죽 들어가면 하얗고 큰 등대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송림공원은 이 곳 주민들이 산책이나 조깅을 위해 해안가에서부터 이곳까지 조성을 잘해놓았다. 해변을 찾는 타지의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산책코스가 되어서 오래 머물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시와 정부는 개발계획 하에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다고 선출된 구청장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한때 전 구청장은 자신의 숙원사업이었던 시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한 개인의 일생을 걸었다고 했다. 구청장은 전폭적인 구민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구청장은 소외된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 하지만 구청장은 뇌물수수로 구치소에 갇히게 되었고 구민들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외로움을 지닌 사람들이나 타인에게 받은 상처의 결이 깊은 사람들은 멘토를 찾아서 여기저기 헤매다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지지를 하다 그 정치인이 타락을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정치인을 지지하면 되지만 이미 기대기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은 종교화 되어서 믿어버린 정치인에게 흡수되어버리고 만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타락하고 무너지면 사람들은 같이 무너지는 것이다.


 송림공원은 30미터마다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붙박이 운동기구들을 설치해 놓았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비가 온 다음 날에도 물기에 녹이 슬지 않고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여름에는 당연하게도 다른 계절보다 많은 사람들이 늦은 밤까지 송림공원을 찾았고 밤 운동을 즐기고 조깅을 했다. 더불어 사건사고가 잦았고 송림 속의 새들이 지저 댄다고 해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독버섯을 덜 뿜어내지는 않았다. 빌딩이 많은 도시 숲의 여름밤보다 해안가의 송림공원은 시원했다. 송림이 뿜어내는 기운을 마시기 위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마저도 오늘은 해무가 모든 것을 덮어 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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