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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 북한에 닭털뽑는 기계를 팔아볼까?

닭고기 유통시장을 미리 보면서

(110-26) 남북교역 닭털뽑는 기계


태국에 있는 3년 동안 닭을 1천 마리는 먹고 왔을 거라는 모 선배의 이야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제 남한도 상당한 닭고기 소비국이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호전되면 지금처럼 ‘이밥에 고깃국’이 문제가 아니라 삼계탕, 닭백숙이나 치킨에 맥주를 많이 마시게 될 것이다. 더불어 닭고기에 대한 수요도 많이 늘어나겠다. 앞으로 몇 년후에는 북한에도 상당한 닭고기 공급체인이 생기고, 체계도 잡힐 것이지만, 한동안은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닭고기 유통은 불가피하다. 그럼 동네에서 양계를 농가가 생기고 이를 도축하여 장마당에서 유통하는 과정을 상정해볼 수 있다. 그럼 살아있는 생닭을 잡는 사람은 당연히 장마당의 닭집이 될 것이다. 살아있는 닭을 그대로 팔지는 못하니 털을 뽑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털있는 닭고기를 먹지 못하니까. 


닭털을 뽑는 방법은 튀하는 방법과 그냥 털을 뽑는 방법이 있다. ‘튀한다’는 이야기는 닭을 더운 물에 잠시 넣었다 꺼내서 털을 뽑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끓는물에 넣지 않고, 그냥 뽑아도 된다. 그런데 닭털을 한 두 마리를 집에서 뽑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장통에서 하루에도 수 십마리를 잡아야 할 때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털을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잘 뽑아지지도 않고, 살아있는 닭이라면 닭의 몸부림에 안스러워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 그런 수고로움에서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기계가 있다. 닭털 뽑는 기계이다. 구조는 그냥 세탁기에 수돗물 호스처럼 생긴 탈모봉을 끼워놓아, 이 탈모봉이 돌면서 닭의 몸통을 때리면서 털을 뽑는 방식이다. 안의 회전통과 외부 전체는 스테인레스로 되어 녹슬거나 찌그러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 이 때 회전통에는 적당한 온도(70도 내외)의 물을 넣고 닭이 충분히 적신 후에 넣어야 하는데, 너무 뜨거우면 고기가 익어서, 반대로 차가운 물이며 닭 근육의 탄력성이 그대로 남아서 탈모가 어렵고 고기에 흠이 많이 간다. 무역을 처음 시작할 때 남미에서 주문을 받아 몇 대 보낸 적이 있다. 가격도 그리 높지 않고 해서, A/S가 없는 대신에 고장 날만한 부품을 미리 더해서 보내는 방식으로 수출했다.  


현재 북한에는 400개 이상의 장마당이 있다. 그리고 장마당에는 적어도 서너개의 닭집은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대략적으로 수요를 예측한다면 400개 장마당 * 4개 닭집 * 각 2대 = 3200대가 필요하다. 물론 장마당이 아닌 동네 닭집에서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략 1만대 정도의 닭털뽑는 기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기계는 미리 만들어 놓고 주문이 오면 바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고 파는 방식이 된다. 재고 염려가 없다. 아니면 북한에 대리점이나 파트너 회사를 만들어서 미리 여러 대를 만들어 보내놓고 재고 장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통돌이에 벨트와 모터를 더하는 간단한 구조라 생산 공장에서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가격에 비하여 무게가 나가서 운송비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외국에서 들여오기도 만만치 않다. 남한에서의 생산비가 높게 나간다면 이 쪽에서는 스테인레스와 모터등 원부자재를 보내고, 북한에서 스테인레스 철을 가공하여 조립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남한의 닭고기 유통이 현대화하여 하림, 체리부로, 올품 등 몇 개 업체가 50%내외를 생산 – 유통 – 소비자 과정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50%의 닭강정, 닭코치, 닭갈비등은 대부분 수입산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남한에서 이 기계의 수요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아, 그리고 이 기계를 사용할 때는 살아있는 닭을 넣었을 때는 통을 돌리고 두껑을 열 때 닭이 도망가지 않도록 살살 열어야 한다. 온 몸에 털이 뽑힌 채로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도망치는 닭의 모습을 보는 것은 웃기면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그럼 다음부터 닭고기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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