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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로걷기] 과천 남태령 - 의왕 백운호수까지





넌 누구냐?
어디서 왔느냐?
어디에 있느냐?
어디로 가느냐?
유리에 비친 네 모습이 바랑을 멘 듯하다.




바랑을 멘 기분에 과천 남태령역 근처의 정각사에 들렀습니다. 동행한 김민주회장님이 미륵화신 포대화상과 닮았다 하여 같이 서 봤습니다.

늘 웃으며 포대에 뭔 가를 넣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중국 당나라때의 실존 스님이랍니다. 

비슷한가요?




경기도 삼남길의 지도입니다.
옛날 한양에서 해남까지 이어진 길이지요.
내가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옛날 선조들이 걷던 길을 걸으며, 현재 살며 과거를 나름대로 해석하는 시간을 갖는 시간임을 초입부터 알았습니다.


위의 설명에 의하면 남태령이라는 이름이 얼덜결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원래는 여우고개였다고 하네요.
고개가 높고 숲이 우거졌겠지요. 여우가 다닐 정도면 말입니다.
나무 사이에서 바람소리불고, 달 빛 교교할 때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가 한 바퀴 휙 돌면 사람이 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죠?
여러 분 그런 전설을 믿나요?
허무맹랑한가요? 그래요 여우가 친근하게 느껴질 겁니다.
한국의 설화는 무시무시한 요괴가 설쳐대는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아, 머피의 법칙!
정류장에 가니 버스가 막 떠나고,
과천향교에 오니 보수공사 한다고 막아놨네요.
뭐 서두를 것 없는 나그네 길,
관악산에서 흘러내린 계곡 개천 옆 주막에 둘이 걸터 앉아 두부김치에 막걸리로 점심을 대신합니다.

과천향교를 보며 조선시대에 대한 지금 사람들의 야박한 평가에 대한 말을 나누었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에 왕이 백성을 잘 먹고 잘 살리기 위하여 매일 아침 공부하는 제도를 가졌을까요?
상당한 장점이 있었기에 5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조선시대가 유지되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역사를 논하고 과천을 논하다 보니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왔습니다.
참 보기 시원합니다.
하늘도 맑고, 잔디도 잘 정비되어 있고.
가을이 좋습니다.



과천 축제 포스터입니다.

이전에 한국 사회에 축제가 있었던가요?
잔치는 많았지만, 축제는 기억나지 않네요.
잔치-축제, festival-carnival의 차이를 좀 알아볼까요?

잔치 - party : 흥겹게 놀고 먹는 행사, 먹는 것도 중요함
축제 : 놀기는 하지만 먹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덜 함
     (festival은 carnival보다는 좀 차분하고, 조직적인 느낌)

한국에서 축제라는 행사가 없었던 이유는 뭘까?
있었다면 어떤 게 축제였을까?



아하~
과천이 줄타기의 고향이라네요.
이 비석 옆에는 김영철이라는 광대의 기념비도 있습니다. 
부채 하나 들고, 외줄을 타며 양반을 비꼬고 관객을 웃고 울리는 광대,
하늘 날 듯 높이 튀어오르다가, 떨어질 듯 외줄로 탁 꼬나박아도 다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광대,

전 그런 광대, 요즘의 코미디언을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니까요.




그 곳에서 조금 가니 '봄'이라는 카페가 있네요.
제법 알려진 곳인가 봅니다.
식사시간도 아닌데 사람들이 꽉 찼더군요.
피곤한 다리 잠시 쉬면 커피 한 잔.



카페에서 나와 인덕원 쪽으로 걷습니다.
관악산이 멀리 보입니다.
그 밑으로 한가한 동네 풍경이 좋습니다.



가다보니 '관양동 선사유적 주거지' 표지가 보입니다.
잠시 가던 길을 벗어나 샛 길로 100미터쯤 가니 유리 집에 원시인들의 모습을 재현해놓았습니다.
아무리 원시인이라도 좀 잘생기고 예쁘게 해놓지, 너무 먹칠을 해놓았더군요.
하기사 이쁜게 연지곤지 찍어놓았으면 원시인답지 않겠지요.
저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하게 여겼습니다.
재주도, 달리기도 잘 못하는 저는 아마 누구보다 먼저 호랭이 밥이 되었을 테니까요.


다시 길을 걸어 큰 길로 나왔습니다.

인덕원 성당 앞 건널목을 건너 인덕원 역으로 가는  길에 작은 칼국수 집이 보입니다.
잔치 국수 한 그릇을 먹는데 국물이 따듯하고 국수가 잘 치게 맛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왜 뜨거운 국물마시면 시원하다고 할까요?



인덕원역을 지나 인덕원 터가 있는 공원을 잠시 들렀다가,
백운호수와 이어지는 학의천으로 들어섰습니다.
저게 붕언가요? 잉언가요?
제법 커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잡아먹지 않는 모양입니다.
배 고플때라면 저런 고기가 사람들 눈 앞에서 왔다 갔다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의 공중도덕이 높아졌다고 보아야겠지요.
유유히 헤엄치는 저 고기만큼 보는 우리도 여유로움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의왕시 이야기입니다.
이 산하의 어느 풀 한 포기, 어느 돌멩이 하나 조상의 이야기가 스며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사람이 모여사는 동네에 이야기거리가 없을 수 없지요.
수원군 의곡면과 왕륜면이 합쳐서 의왕면이 되었다고 합니다.




백운계곡까지 왔습니다.
남태령역에서 백운호수까지 지도상으로 직선거리 9.2km, 도보시간 2시간 19분 거리로 되어있지만, 
우리는 13킬로가 넘고,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실제 걸은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2-3년 전에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호수 둘레를 걷는 데크가 생겼고, 주변 음식점이 많이 생겼네요.
그런데 맨 카페입니다. 
막걸리 파는 곳은 없습니다. 물론 파전도 없고요. 아마, 저 안 쪽으로 들어가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뒤 편의 마포 왕갈비 집에서 소주 한 잔으로 대신했습니다.
언제부터 마포가 백운호숫가로 왔을까요?
아뭏튼 느끼한 스파게티보다는 돼지갈비에 소주를 더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다행입니다.

다음에는 여기부터 수원까지 가는 길을 걸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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