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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로 걷기] 용주사 - 융건릉 - 병점역

용주사 수륙대제에서 승무를 못 봐 아쉽다.


배양교에서 용주사까지의 길고 지루한 찻 길을 벗어나 드디어 용주사에 도착했습니다. 




한 25여년 만에 다시 왔습니다.
젊을 적 친구 집이 요 근처라서 한 번 와 본 적이 있지요.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용주사와는 다른 용주사입니다.

용주사(龍珠寺) : 
 조계종의 절로 경기도 화성시 송산동 화산에 위치해 있다.

이 절은 신라 말기인 854년에 廉巨和尙(염거화상)이 지었고, 원래 이름은 갈양사(葛陽寺)였다. 고려 때인 10세기에 확장되었다. 조선 때에 친아버지인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서 정조의 명으로 18세기에 다시 지어졌다.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이다.



경내에 들어서니 가을 단풍이 완연합니다.
커다란 행사가 있어서 인지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 용주사 수륙대재가 진행 중입니다.
저기 서서 염불을 외우시는 스님이 계시네요.
등산할 때 절에 들어가면 스님들의 녹음된 염불소리를 귀흘려가며 들은 적은 많지만, 직접 스님이 하시는 것은 듣기 쉽지 않습니다.
앉아서 들어봅니다.
'마하반야바라밀다 .....'
이 소리는 알아듣겠습니다.
참 청아한 염불이었습니다.

수륙대재는 물과 뭍에서 살다 죽은 무주고혼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재회로서 영혼을 천도하는 재의식(齋儀式)을 말한다고 합니다.




아, 그런데 정말로 아쉬운 것은 승무를 못 보았습니다.
용주사가 승무로 유명하다는데, 오전에 왔으면 승무를 보았을 텐데 말입니다.
저 곳에서 펼쳐졌을 승무를 못 본게 안타깝습니다.
어차피 모르고 왔기에 그리 아쉬워 할 것도 없겠지만,
알고 나니 참 애석합니다.
그래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나봅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     
             (조지훈의 승무)




용주사를 나오니 어디로 갈까 고민입니다.
삼날길에는 용주사로 해서 화산저수리로 가야 마땅하지만,
길잡이이신 김민주회장님이 근처에 있는 융건능이 걷기 좋다고 하며, 망설입니다. 
지난 번처럼 조금 도는 셈치고 가보자고 하고, 동네 분에게 길을 물으니 걸어서 20분, 차로 5분이랍니다.
바쁘고 서둘러야 하는 길이 아니니 '걸어가자~ 걸이요!'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옆에는 무슨 공사를 하는 지 담을 잔뜩 쳐놓아 그리 편한 길은 아니었지만, 다행이 가로수 낙엽이 볼 만했습니다.


그렇게 조금 걷다보니 융건능 정문 앞에 왔습니다.
마침 그럴 듯한 카페가 있기에 커피를 마시려 앉았습니다.
융건능안의 나무들도 가을임을 화려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맞아요, 오늘은 참 걷기 좋은 가을입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오늘, 저 단풍을 보며 그윽한 향내의 커피를 마시면 쉽니다.



융건능의 지도를 보니 제법 넓습니다.
응, 우리는 갈 길도 있으니 '조~ 앞만 보고 나오자'그리 약속했습니다.
저걸 다 돌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해서요.



아, 역사문화관도 있네요.
들어가보았습니다.


영상물에 조선 왕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를 보여주는 게 있네요.
잠시 보다보니 조선 왕릉들은 도굴에 대한 대책을 별로 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다른 나라의 왕의 묘는 도굴에 엄청 대비하는데, 조선 왕릉의 묘는 그냥 돌로 쌓고 흙으로 덮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조선왕조가 검소하기는 검소했네요.




융건릉은 융능과 건능이 같이 있습니다.
그런데 척 보면 두 능의 모습이 거의 흡사합니다.
아니 똑같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조가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장조(莊祖)로 추증하고 그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묘로 융능을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자신은 건능에 묻혔습니다. 

융건릉(隆健陵) :

사적 제206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장조(사도세자)와 그의 비 헌경왕후(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융릉(隆陵)과 그의 아들 정조와 효의왕후를 합장한 건릉(健陵)을 합쳐 부르는 이름으로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에 있다.





해 어스름에 들어갔더니 단풍에 비친 노을이 노랗게 아름답습니다.
또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정자각으로 가는 돌 길입니다.
하나는 화로를 들고 가는 길이고, 하나는 임금이 걷는 길입니다.
저는 임금이 걷는 길로 걸었습니다.
이 때 아니면 언제 임금과 동격이 되어보겠나요.
몸은 비록 왕이 아닐지언정, 왕의 길로 걸어보라는데, 못할 것도 없지요.



간단하게 걷자던 길이 걷다보니 융건능을 한 바퀴, 그 것도 크게 한 바퀴 돌았습니다.
길을 잘못들기도 하였거니와, 능의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에 반해서 시간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아, 내 사진 실력~
샛노란 나무를 찍으려고, 
하지만 사람이 없는 풍경은 웬지 허전해서 모델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사람도 풍경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삼님길 걸으면 카메라와 렌즈 지름신이 슬슬 다가오고 있습니다.



융건릉앞의 해장촌이라는 감자탕 집에 들어왔습니다.
벌써 어둑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계획은 세마교까지 걸을라고 했는데, 융건능을 걸은 것으로 만족합니다. 
어 그런데 둘이 소자를 시킨 것같은데 꽤 많습니다.
맛도 좋습니다.
가성비 꽤 좋습니다.



밥먹기도 좋고,
안주하기도 좋은 감자탕~
그래서 밥도 먹고 막걸리도 같이 먹었습니다.
휘날레는 늘 이래야 합니다. 
다리도 아프고, 배고 고팠지만, 
걷기 한 번 잘했네~



오늘 걸은 걸이입니다.

화서역부터 융건릉까지.
좀 걸었나요?


꽤 걸은 듯해도,
오늘 하루가 사진처럼 휘리릭~ 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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