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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 걷기]  진위고을길 오산에서 평택역까지

삶은 늘 예상 밖의 놀라움, 감탄, 즐거움, 환희

전 편에 이어서 계속합니다.
진위향교를 지나고 부터는 너른 들판이 이어져 별로 기대할 것도 없었지요.
그래서 별 기대를 할 거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삶은 늘 예상 밖의 놀라움, 감탄, 즐거움, 환희 등등을 줍니다.



걷다보니 좀 특이해보이는 집이 있습니다.
대문인가? 
쇠로 된 물음표가 매달려져 있습니다. 
흠~ 좀 색다르네. 나그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살짝 들어가서 볼까 했습니다.



들어갔더니 마침 주인장 김은숙 화가께서 계십니다.
지나 가던 과객인데 대문이 하도 특이해서 저도 모르게 발길이 안으로 들었습니다. 잠시 구경하고 지나가도 될 런지 하고 물었더니, 문전박대는 커녕 환대를 해주시면 안을 구경시켜 주시네요.
그런데 안에는 또 눈을 호강시키는 그림들이 꽉 찼습니다.
그림에 대한 설명도 듣고요.
그래서 기념사진 한 컷!



수 많은 그림 중에 한나입니다.
마음을 느긋하게 하는, 확 뛰어들고 싶게 하는 풍경화들이 많습니다.
마침 김민주회장님과는 좀 멀지만 인연도 닿네요.



나와서 보니 '부부화가네' 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혹시 지나가시면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많은 구경하게 됩니다.
아, 이제는 의외가 아니겠군요. 
이 글이 여러 분의 기대를 높였을 테니까요.



부부화가네를 지나니 큰 길이 나옵니다.
단양우씨 세거비가 제법 덩치를 하고 서있습니다.
그런데 봉분이 장난이 아닙니다.
웬만한 왕의 봉분처럼 보입니다. 응
단양 우씨들의 묘지입니다. 그런데 왕이 아닌 양반이나 귀족이더라도 평균적인 사이즈라는 것이 있는데, 꽤 다릅니다.
후손들이 권세나 금력을 쥐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지어도 되나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뭐, 시비걸자는 게 아니고 순수한 궁금증입니다.
오늘은 특이한 걸 보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저도 역시 평균의 함정에 빠진 건가요?



좀 더 걷다보니 또 길을 헤맵니다.
두 사람이 GPS 스마트 폰으로 길을 보며 간다지만, 수다떨며 걷다보니 어느 새 갈림길을 지나거나, 표지를 못보고 가기 때문입니다.
이 번에는 한 1킬로는 되돌아 온 것같습니다.
어쨋든 잠시 쉬며 커피 한 잔하기로 합니다.
카페 '모로'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뜻이가요?
'모로'가 내일이라는 뜻입니다. 분위기 조용하고 커피 향 좋습니다.
걷다가 잠시 사치스런 향을 맡아도 될 만한 곳입니다.




과거급제한 이몽룡이 지나갔다는 흰치고개입니다.
몽룡이가 이 길을 지날 때 얼마나  좋았을까요?
과거붙었으니 미래는 보장되었겠다, 
남원가면 춘향이를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진 사람의 마음이겠지요.
이까짓 고개가 문제일까요?



옛날 이 근처의 부락산에는 백현원이라는 숙소가 있었습니다.
그 숙소에서 맹사성과 한 선비가 만난 이야기를 적은 표말입니다.
재미있당~



비행운이 하늘을 반으로 가르듯이 날라갑니다.



산으로 들어서니 낙엽이 가득 합니다.
지금 이 산에는 낙엽 소리 반, 저 두사람의 대화소리 반입니다.

어떤 시인이 이 산을 구르다가 지은 시라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구르몽의 낙엽 중에서)




산 자락에 오르니 춘향이를 만나러 가는 몽룡이로 감정이입되었습니다.
대현성님은 옛날에 태어났으면 방자일까요? 몽룡일까요?
저 모습은 아무래도 방자를 닮은 몽룡이입니다 .
도망가야지~~!~  후다닥~




저 모습은 석양일까요? 노을일까요?
사진만으로 석양과 노을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어느 새 산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습니다.
나그네의 발 걸음도 서둘러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서 한 무더기의 돌무덤이 되었습니다.
저렇게 높아지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경건한 마음으로 돌을 쌓았겠지요.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짱돌을 얹습니다.
이 사람들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다음에는 하늘에 짱돌을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이제 산은 어둠으로 덮였습니다.
저 멀리 평택도 어둠에 덮였습니다.
산 길을 걷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산에서 만날 수있는 것들은 많습니다.
사람 홀리는 여우, 사람 잡아먹는 늑대. 호랭이, 총각귀신, 처녀귀신, 도깨비, 몽달귀신......
될수록이면 안 봤으면 좋겠지만, 기왕이면 처녀귀신이 제일 나을 것같기는 합니다.
입에 피흘리지 말고, 칼 물고 있지 않기 .......



드디어 원균장군묘에 도착했습니다.
별로 좋은 평판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손들은 잘 된 모양입니다.
제법 사당이 큽니다.
묘지는 근처 어딘가에 있을텐데 어두워서 못찾고 사당만 밖에서 보고갑니다.
'재평가가 필요한 원균장군'이라네요.
그런가보다 하고 지났는데 다음 날 신문기사가 뜹니다. 
과거에도 부정합격했을 가능성있다고요 ......




원균장군묘를 지나 오니 도일동 내리마을이라는 표지석이 크게 서있습니다.
어둠을 걷다 빛속으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근처 식당에 들어갑니다.
평택에서 먹을까 했는데 버스 배차시간의 간격이 꽤 멉니다.
그래서 일단 먹으며 평택으로 가는 방법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셋이 갈비탕에 소주 약간으로 배를 채우고 걷기를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동네분들이 길을 가르쳐 주시는데 조금 더 가면 네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하네요.



걷자, 
이왕에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 더 못 걸을 것도 없다.
또 걷습니다.
그냥 걷지 않고 이 번에는 창타령대신 
나그네 설움을 부르면서 걸었습니다.



삼남로인 저 길에 
그 날 밤 우리들의 노래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재미있었나요?
다음에는 또 어떤 거리 이야기가 우리 앞에 있을 지 궁금합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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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 잔~
개봉 박두~
다음 주 이 시간에,
                                          (같이 걸은 사람 : 김민주, 김대현,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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