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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미중 무역전쟁 - 감정싸움으로 번질 때

한국은 끝을 준비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을 대하는 미국인과 중국인의 감정은 사뭇 다르다. 미국인은 중국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이 짙게 깔려있다. 이제까지 중국의 발전을 위하여 도와주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등에다 칼을 꽂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감히 우리에게'라는 삼국지적 중화 사상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미국의 대중들이 중국을 어떻게 대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중국 대중들은 미국 애플 스마트폰 불매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무역전쟁은 기술전쟁으로, 군사갈등으로 드디어 감정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그리고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간에 그 감정에 불을 지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스타벅스, 맥도날드, KFC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중국 대중 사이에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그러한 행동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미국계 프랜차이즈 대신 중국 고유 브랜드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틈새를 이용해 그동안 미국 브랜드에 눌려왔던 중국 고유 브랜드들은 이런 정서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정치 경제적 사건을 자국민의 감정을 자극해서 상대국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불러일으켜 피해를 준 적이 많다. 우리도 사드경제보복으로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경험했다. 보이지 않는 실체인 베이징 당국은 2017년 롯데 그룹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위한 부지 제공을 결정한 이후 시민들에게 롯데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부추긴 바 있다. 이제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그들의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했고,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바로 화웨이 사건이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하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멍 부회장의 구금은 미중 경제관계를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중국인들의 자존심인 화웨이 문제가 분노와 놀람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멍 부회장 체포가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시 주석의 양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간의 마음이 이성과 감성의 복합체이고 따라서 상황마다 발현되는 감정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정치는 본질적으로 감성과 상징에 의해 지배되는 행위이다. 그리고 중국 국영 언론은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반미감정을 북돋우기 위한 기사를 수없이 써왔다.


특히 중국의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2018년 4월 8일자 사설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북한을 도와 미국과 싸웠다는 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 의지로 대미 무역전쟁을 치르자'는 사설을 실었다. 여기서 “미·중 양측이 담판 없이 인식차가 끊임없이 확대되면서 실제 무역 전쟁이 폭발할 가능성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선동했다. 그러면서 “항미원조 같은 의지로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공격을 쳐부숴야 한다”며 “항미원조는 중국에 손실을 입혔지만, 미국이 38선에서 최종 서명하게 하여 워싱턴의 전략적 오만에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미국쪽 언론에서 미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은 아직 없는 듯하다.


이제 우리는 본격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을 두려운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인이 무역전쟁을 감성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감성은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를 바탕으로 둔 것이 아니다. 중국은 왜 미국이 화를 내고 배신감에 치를 떠는 지를 고려해본 적이 없다. 그들에게는 배신을 해서라도 상대를 넘어뜨리고 짓밟아야 하는 삼국지적 이성과 주변국보다 우월하다는 중화사상에 바탕을 둔 배타적인 감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성에 바탕을 둔 논리적 싸움은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감성은 나와 너를 가르고 시작한다. 이럴 때 나오는 말이 '이판사판', '너죽고 나죽자'식이 될 수 있다.  



무역전쟁은 기본적으로 서로 이익을 보자는 미중간의 경제협력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중국은 이를 정치문제로 확대시켰고, 이를 또 다시 감정의 문제로 확대시키고 있다. 개인 간에도 감정이 상해서 다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민 간에 감정이 상하면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설득하기도 어렵다.  


이제 한국도 미중 무역전쟁의 끝을 준비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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