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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인생 질문 100:나는 누굴까? (2)

빤한 것같은데 답하기 쉽지 않네

(100-2) 인생 질문 100 : 나는 누굴까? (2)


홍재화는 누굴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둘째치고 세상의 어떤 사람이든 자기가 누군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있을까?

분명히 나는 나인데, 내가 어떤 존재인지 말해주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혹시 내가 아는 내가 아니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좋아 그럼, 사람은 사회적 존재라는 데 사회 속에서 나를 찾아보면 어떨까?

아버지로서 나, 남편으로서 나, 아들로서 나, 동생으로서 나, 막내처남으로서 나,

사위로서 나, 매형.매제로서 나, 삼촌. 외삼촌으로서 나. 선배로서 나, 후배로서 나. ..... 꽤 많네?

좋아, 그럼 그 많은 위치에 있는 데 그 때마다 다 다른 사람으로서 내가 있는 거네?

그럼 그게 다 다른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겠네?

그럼 정말로 수 많은 홍재화가 있다는 것은 아닐까?

아, 한 사람인데 다른게 비춰지는 거라고. 그래선 여전히 실체적 존재는 하나라고?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달라질 수가 있지?

그거야 보는 사람에 따라 나를 다르게 생각하니까 그렇다고?

그럼 나는 굉장히 다양한 내가 되는 거고, 한 사람이 여럿으로 된다는 말이네?

그렇다면 정말 다중 우주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건가?

아니지, 다중우주는 여럿의 홍재화가 각기 다른 우주에 살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지금 궁금해 하는 건, 지구에 살고 있는 홍재화가 궁금한 거지?

아, 지구가 아니라 한국, 서울, 성북구, 안암동 우리 집에 있는 내가 궁금한 거야?

잠간만, 아버지인 나, 남편인 나, 사위로서의 내가 다르고, 선후배로서 내가 다르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다르게 보고 있지?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달리 비춰진다고?

그럼 혹시 나는 없고, 그냥 그들 마음속에서 내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닐까?

자식들 마음에 내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아내의 마음속에 내가 있다고 보일 뿐 정말 나는 없는 것은 아닐까?

오호~ SF환상 특급이 갑자기 떠오르네. 없는데 있는 것처럼 착각되는 홍재화라~ 스릴? 공포?

있기는 있는 거지. 왜냐하면 내가 궁금해서 질문하는 것은 바로 나, 나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홍재화가 누군지 궁금해 하지 않겠지?

그럼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누군지 궁금해 할까?

궁금해 하고 질문을 던졌으면 해답을 찾은 사람이 있을까?

예수님?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 말고 더 알려진 것 있나?

부처님? 뭔가 찾기는 찾은 것 같은데 딴 사람에게 분명히 알려주지는 않았지? 정말 찾았을까?

공자님? 자기보다는 남과의 관계에 더 신경을 썼으니 자기가 누군지 궁금해 하기는 했을까?

어쩌면 내가 더 너무 맨 정신에 이런 고민해서 그런 것 아닐까?

이태백은 달이 나라고 하면서 달이 비친 호수에 빠져죽었다는데, 난 접시물 앞에 놓고 술마셔볼까? 왜 호수가 아니고? 호수 물에 빠지면 춥고 진짜 죽을 것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누군지를 찾을 방도가 없네. 아, 책상 앞에 앉아서 고민하지 말고 고요히 자기 속에 침잠해보라고? 어떻게? 명상? 그것도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 아닌가?

그럼 술 먹으며 명상을 하면 한 번에 두 가지 방법이니 효과가 있을까?

전혀 독창적이지 않다고? 그럼 어때? 내가 누군지만 알면 되는 것 아닌가?

해보고 찾아지면 알려달라고?

맨 정신에 머리빠게지게 이런 고민하는 게 나을까, 취해서 그냥 기분 좋게 사는 게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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