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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 천안 풍서교에서 정안까지

Viva  walk, viva me!

드디어  출발.

옛 선비들처럼 아주 먼 길을 떠난다는  생각은 없다.

그래도 온 몸에 스릴이 가득 하다.


배낭에는 책 3권에 업무용 메모 뭉치.·

노자  돈은 엽전 꾸러미 아닌 카드로.

음식은 길 거리에  많을  식당에서.

"짚신은 질긴 비바미 운동화로.

그러고 보니 챙긴  것은  팬티와  양말 뿐·


서울역 7시 17분발 부산행 무궁화호.

예전에는  나름 고급차였겠지만 이제는 수리도 대충한 티가 난다.

천안까지  간다. 1시간 남짓

어릴  때 예산까지 기차로 네다섯  시간걸려지만 지금은  슝~하고 끝.

아침은  천안역에서.


이 번 여행에서 읽을 첫 책으로  챗Gpt는 골랐다.

인간의 도구가  될 지 적이 될 지 두렵다.

뭔가 해야 할 것같아 태블릿을 구매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디지털화해가는 시대에,

원초적  아날로그 활동을 하면서 앞으로 살 방도를 색하련다.



당초에는 풍세초교에서 시작하려  했지만 버스내리는 곳을  지나쳐 광덕 1리에서 시작한다.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컵라면에 김밥으로 아침하고,

물과 간식거리를 샀다.


이리저리 헤메다 제대로 길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게한다.

범죄없는 마을의 표지판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뭐로 가도 해남가면 된다지만 그래도 좋은 길,  갈만 한 길로 가는게 좋다.


삼남길  표지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길을 잃지 말라고 애써서 붙여놓은 천사들이 있다.

다음 카페의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카페지기 이다.

손성일님, 그에게 감사한다.


걷다보니 봉수대모형과 설명판이 너댓개 있다.

산 이름이 봉수산이라서 그런가.

이 산이 전국에서 오는 봉수의 중요한 길목이었나 보다.

이게 또 반가운 이유는  내가 길을 잃지 않고 잘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같은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이 산 길에는  윤동주문학  산촌이 있다.



쌍령고개를 넘으니 홀연히 나타난 절 하나.

태화사, 하얀 목련 속에 뭍힌 건물들.

비석의 글귀가  가슴 속에 파뭍힌다.

그래, 오늘이 극락이다.

에고,  길 잃었다.

산 꼭대기로 가고 있다.

어두워지기 전엔 다리뻗고 잘 데까지 가겠지.

갈 길은 먼데 신들바람 좋아 철푸덕 주저앉아  쉰다.


지도를  보니 예정했던 차령고개는 옆으로 샌다.

이  임도는 봉수산 정상 근처를 지나가다 끊긴다.

그 다음부터는 지도에 길이 없다.

개척 정신이 꽤나 필요한 하루겠다.


세월아, 네월아~


길 잃었다는 막막함도 잊게하는 호젓하고 푸근한 길입니다.

곳곳이 진달래와 개나리도 그림같이 뿌려져 있습니다.

이런 길 걷고 싶어 나그네를 되고자 하는 것이죠.

 

지도에 없다고 산에 길이 없는 것은 아니더라.

무슨 맥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곳곳이 리본을 달아 놔서,

조난당하지는 않겠다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충청도 남쪽이라 험하지는 않았다.1


그렇게 숲 길 따라 가니 거의 버려진 휴게소가 나온다.

옛 적의 차령휴게소이다.

마실 것도, 먹을 것도 없다.

쉴 자리도 없어 다시 고갯길 따라 내려 간다.


다리도 아프고 몸도 힘들어 쉬어야 겠다는데 딱 나타난 휴게소.

반갑다.

밥먹으니 제 정신이 돌아온다.

얼마나 더 가야하나?

근처 모텔로 가자니 이른 것같고,

더 가자니 쉴 곳이 없다.


일단 가보자.



1정안의 어느 다리 밑.

시원하고 조용함.

휴게소에서 탐블러에 타온 시럽 잔뜩 쏟아 부은 카페라떼  마시며 휴식.


한가로움!

광정파크

외진 곳에 있는 모텔.

누가 저기 가겠나 싶지만 걷는 사람들에겐 나름 알려진 곳.

여기를 지나치면 30~40킬로를 더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요충지 같은 곳이다.

 열심히 걸은 나에게 주는 flex.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수고했어,  재화야!





Viva walk,  viva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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