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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비즈니스] 벌교꼬막, 북한 꼬막

남북교역이 재개되면 수산업 분야도 변화를 겪게 된다


남한 꼬막북한 꼬막


꼬막하면 전남 순천-보성-여수-고흥군으로 이어지는 여자만[汝自灣]의 벌교 꼬막이 가장 유명하다. 벌교 꼬막이 맛있는 것은 모래나 자갈이 섞여 있는 다른 지역의 갯벌과 달리 순수하게 고운 뻘로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교 꼬막만으로는 남한의 전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남북교역이 중지되기 전에는 북한에서도 꼬막이 수입되었었다. 북한 어느 지역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을 통해서 들어오던 꼬막이 직접 수입되어, 남한 사람들의 식탁에 올랐다. 북한 꽃게, 명태, 바지락, 돌조개, 전복 등등도 들여올 수 있겠다. 그럼 현재 꼬막정식하는 많은 식당들은 그 꼬막이 벌교 꼬막인지, 북한산 꼬막인지를 표시해야할까? 둘 다 수입산은 아니니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벌교 꼬막으로서는 이미 충분한 브랜드 파워가 있으니 간판에 ‘벌교 꼬막’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야할 것이다.


남북교역이 재개된다면 수산업 분야도 꽤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우선 매년 서해안에서 벌어지는 중국 불법 어선이 가져가던 꽃게등 서해안 해역을 남북한의 배들이 확실하게 장악할 수있게 될 것이다. 그들은 남한과 북한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어망을 뿌리고 있다. 남한 어선이 신의주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고, 북한 어선이 제주도를 넘어 원양으로 나갈 일도 생기겠다. 그렇다면 어민들에게 좋은 일이다. 일단 남북한이 같이 어로작업을 하면서 중국 불법어선들이 훔쳐가던 부분만큼 한반도 어획량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계절적으로는 여름에는 남쪽 어선이  북쪽으로 올라가서 고기잡고, 여름에는 북쪽 어선이 남쪽으로 내려와서 고기를 잡으면, 계절적으로 편차가 크던 어촌 수입도 연중 골고루 분포되어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된다. 잡을 수 있는 어종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남쪽이나 북쪽이나 수산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식탁에 오르는 요리도 다양화될 수 있다.


장비가 잘 갖추어진 남한 어선에 북한 어민이 타서 공동 조업하는 일도 있겠다. 얼마 전에 TV를 보니 남한 어선에 베트남, 태국사람 등 외국인이 타고 고기를 잡는 장면을 보았다. 남북한의 어민이 한 배를 타고 조업하면 언어 소통도 좋아서 서로 반길 만한 일이다. 북한 주민으로서는 뗏목같은 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섰다가 조난 당하는 일이 많았는데, 보다 안전하게 어로 작업을 하면서, 벌이도 더 나아진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남한의 선주가 북한 어민을 고용하는 일은 남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할 일이기는 하다. 이렇게 남북한 어민이 공동 작업한다면 서로 남북한 어시장의 정보를 교환하여 시황이 좋은 항구로 배를 대고 어획한 고기를 파는 일도 생기겠다. 


그럼 항구의 식당들도 메뉴가 다양해지겠다. 신의주에 벌교꼬막 정식집이 생기고, 부산에 신의주 명태집이 생긴다. 식당도 이제는 철마다 남한 수산물, 북한 수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 손님들의 입맛을 계절적 변동없이 항상 맞출 수 있어, 잘만하면 좋아질 수 있다. 벌교꼬막처럼 아직 브랜드화되지 않은 북한의 많은 수산물, 음식들이 내려오게 되면 만만치 않은 경쟁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다. 사실 남한의 많은 해산물들이 나름대로의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남한이 그런대로 먹고 살게 되면서부터 고급 음식을 찾을 때부터였다. 원래 꼬막은 사투리였고, 표준어는 ‘고막’이었단다. 그런데 조정래가 ‘태백산맥’에서 ‘꼬막’을 우기면서 쓰니 ‘고막’보다 ‘꼬막’을 더 사람들 입에 익었고, 심지어는 이제 표준말은 ‘꼬막’이 되었고, ‘고막’을 쓰면 틀린 말이 된다. 마찬가지로 아직 뻘 속에 숨어있는 북한의 많은 수산물이 명성을 찾으며 남한 사람들의 식도락을 즐겁게 할 일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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