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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 흑금성과 백금성의 새로운 세계

간첩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남북교역 재개와 간첩의 재발견


남북교역 재개에 관한 글과 강의를 준비하면서 영화 ‘공작’에 나오는 공작원 ‘흑금성’이 떠올랐다. 흑금성은 남한 국정원의 공작원으로 대북 사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비즈니스를 빙자한 대북 스파이다. 분명히 북한에서 남한으로 보낸 ‘백금성’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까지는 흑금성이 북한에 가서 사업하기란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북한은 여행의 자유가 없고, 외지인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쉽게 눈에 띠기 때문이다. 반면에 북한 간첩은 남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며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흑금성들은 백금성들이 무척 부러웠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스파이 수십명을 처형시켜 버렸지만, 미국은 어렵게 잡은 스파이도 재판에 넘겨 겨우 몇 년 살다 나오면 끝이다. 그런 것 보면 간첩은 공산주의 나라에서 자유주의 나라로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흑금성은 남한 정보부에서 돈을 받으며 스파이 활동해야 했다면, 백금성은 남한에서 돈을 벌어가며 자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남한 정보부가 북한 정보부를 부러워할만 했겠다. 


그런데 남북교역이 재개되면 흑금성들이나 백금성들의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똑같이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남북 양쪽의 비즈니스 맨들도 가끔은 간첩으로 오인받을 수도 있겠다. 멀쩡하게 일하다가 간첩으로 체포될 일도 있겠다. 여전히 간첩은 위험하다. 그럼 간첩활동비는 더 늘어날까, 줄어들까? 웬만한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고급 정보를 얻으려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럼 간첩 개개인의 가치도 높아지겠다. 하기사 북한이 개방되면 북한 정보의 가치도 더 싸질 수도 있겠다. 어쩌면 흑금성이나 백금성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지도 모른다. 이제 의사, 변호사 일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바에, 간첩 노릇도 인공지능이 못할 것도 없겠다. 그럼 간첩 색출도 인공지능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지금 김정은이나 문재인대통령이 쓰는 인공지능에 간첩 인공지능이 달려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휴민트(인간 정보수집)이 필요하기는 할 것이다. 사람 마음 속도 알아야 하니까. 


백금성이 남한 주민을 포섭하는 비용과 흑금성이 북한 주민을 포섭하는 비용도 높아질 것이다. 양 쪽 다 남북교역으로 더 잘 살게 되면 필요로 하는 돈도 커질 테니까. 하지만 전체적인 비용은 남쪽이나 북쪽이나 비슷할 수도 있겠다. 흑금성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 돈으로 움직여야 하고, 백금성은 북한이 아직 가난하니 공작금은 많이 주지는 못하더라도 다방면에 많이 감춰 넣을 수 있겠다. 어쩌면 남북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 서로를 알아보는 눈이 더 좋아지기 때문에 주민에 의한 간첩신고가 늘어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최근 남한에서 백금성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 하기사 흑금성이 잡혔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다. 서로 안 잡나? 아니면 잡고도 발표를 안하나?


간첩들의 월급도 올라야 할 것이다. 더 잘 살게 된 마당에 감수할 필요가 없는 위험을 굳이 감수하게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월급은 물론이고, 더 높은 포상을 주어야 한다. 그럼 혹시 간첩이 미래에는 꽤 괜찮은 직업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안 그렇지만, 남북교역이 재개되고 북한에서도 ‘흑금성의 인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면, 체포되었을 때의 위험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적어질 수도 있다. 


아, 저 말입니까? 저는 달리기도, 싸움도, 머리쓰기도 잘 못해서 그럴 일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흑금성 형님, 영화 잘 보았고,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백금성 아저씨들, 살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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