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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 대북 중고차 반출 비즈니스

전문 지식이 있다면 꽤 괜찮을 비즈니스


남북교역과 대북 중고차 비즈니스


한때는 중고차 수출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대상지역은 중남미와 서남아시아였다. 그 지역들은 인구에 비하여 새 차를 살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고차 수입이 활성화되어 있다. 지금도 인천항에는 중고차 수출을 위한 부두가 따로 있다. 가끔 해외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 한글로 된 노선이름과 목적지가 씌여진 채로 운행하는 몽고, 방글라데시 등의 한국 시내 버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남북교역이 재개되면 북한에 중고차 수출하는 것도 꽤 괜찮은 비즈니스가 될 듯하다. 북한은 몽고나 파키스탄보다도 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한 대에 1억원하는 새 버스를 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새 차 한 대 값이면 괜찮은 중고차 두어대는 산다. 아, 시내 버스는 곤란하겠다. 시내 버스는 천연가스를 쓰는데 북한에 가스 충전소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하지만 관광버스, 고속버스, 중고 승용차나 중고 트럭은 충분히 가능하겠다. 중고차가 앞으로는 상당히 많이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전기차가 나오고, 수소차가 나오고, 하이브리드차가 나오면 중고 내연기관이 달린 차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 내연기관의 차, 게다가 일부 자율주행 기능과 각종 첨단 안전 장치가 달린 차들과 몇 년 지난 차들의 성능을 월등하게 차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일단 굴러가는 차가 중요하다. 버스든, 승용차든, 트럭이든 간에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지만, 북한 운수회사들의 자금 사정은 새 차로 모든 수요를 메꿀 만큼 갑자기 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교역 재개 초창기에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시장 선점에서 상당히 유리하겠다. 하지만 위험도 역시 따른다. 북한 경제의 실체, 무역 방식의 애매모호함이 아직 걷히지 않았을테니까. 


중고 차 북한 반출을 한다면 승용차와 소형 버스로 먼저 해보면서 북한 무역 시장의 사정을 엿보아야 한다. 대형 트럭이나 버스는 남북교역이 재개되어도 한동안은 전략물자로 묶여서 반출이 허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서 중고차에 대하여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 원래 어느 나라든지 ‘중고 (used)’ 제품에 대하여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새 제품보다 관세율이 높은게 일반적이다. 민족간 내부 거래라서 무관세가 원칙이라지만, 그 것은 남한에서 북한제품을 반입할 때이고, 반출할 때는 북한이 정하기 나름이다. 실질적으로 아직 북한에 제대로 남한 제품을 반출해 본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 위탁가공용 원부자재를 북한에 보내고 이를 제품화하여 다시 남한으로 반출하는 정도의 무역만 해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 가있는 남한 제품은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밀무역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중고제품은 신제품보다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 배짱, 현찰이 있어야 한다. 중고차를 살 때 현찰주고 사야 하고, 판 사람에게 A/S를 요청하기 어렵다. 그러니 어떤 중고차가 좋은 지 나쁜 지를 감별할 수 있는 고도의, 적당한 정도가 아닌 아주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아차하면 바보 소리들으면서 똥차를 새 찻값주고 산다. 현찰주고 산 다음에는 거래 끝이다. 그게 중고 비즈니스의 어려움이다. 한국 중고차 비즈니스는 전에도 현재도 괜찮은 비즈니스이다. 한국차는 일본차처럼 운전대를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고, 내구성도 이미 인정받고 있고, 많이 팔려서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처럼 차 한 대로 20-30년 굴리지 않고 승용차는 기껏해야 10년 굴리면 폐차한다. 그 폐차되는 차가 수출되면 외화벌이하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온 차들과 비교하면 아직 한국차의 성능은 월등하다. 대만제 중고차도 북한에서 꽤 구르고 있는 모양인데, 일단 남한 중고차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북한 중고차 시장을 휘어잡는 것은 문제도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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