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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 발가락 양말 위탁생산

충분히 경쟁력있다


남북교역 양말 위탁생산


발가락 양말공장을 운영했었다. 아직도 양말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 일줄 몰랐다. 그 대신 내 제품을 내가 구상한대로 내가 정한 일정에 맞추어 나오고, 그게 세계 시장에서 내 브랜드로 내가 공부하고 내가 하고자 했던대로 국제 마케팅을 했다. 그 대신 돈도 꽤 들었다. 보통의 경우 양말은 생산, 포장, 가공이 다 다른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분업체제이다. 그게 비용과 위험 부담을 줄인다는 이점은 있지만, 품질과 일정 관리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내 공장은 원부자재 구매 및 보관부터 생산과 포장 가공까지 일괄 생산시스템을 갖추었다. 그리고 양말 한 켤레 소비자 가격 5만원짜리도 수출했었다.


남북교역이 다시 재개된다면 북한에서 위탁가공을 해보고 싶다. 물론 개성공단에서도 양말을 만든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대기업식, 중국식이다. 수 백대의 양말 기계를 한 공장에 몰아놓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한다. 하지만 한국의 양말공장은 다르다. 기계 수 십대를 놓고 온 가족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기계를 돌린다. 부모 자식과 며느리까지 온 가족이 같이 운영한다. 비용과 생산 효율면에서 이보다 나은 방법이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중에 나도는 양말 중에 made in china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가 신고 있는 양말, 길거리 트럭에서 파는 양말의 대부분은 한국산이다. 한국의 인건비가 비싸다고 소문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가족기업식 생산방식이 중국의 거대 공장에서 생산하는 대량 생산방식의 양말과도 견주어 가격 경쟁력이 있다. 그럼 이렇게 북한에서 한다고 상상해보자.


우선 남한하고 육로나 해로 운송이 쉬운 곳에서 기계 양말을 관리, 생산할 만한 기술자와 운영자를 물색한다. 이때 북한 파트너의 기술력이 매우 중요하다. 남한에서도 양말 편직기가 나온다. 그런데 기술자의 실력이 좋으면 대량 생산된 기계를 나름대로 수정할 수 있다. 아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 조금만 바꿀 정도가 되면 된다. 물론 자유자재로 수정할 정도라면 더욱 좋다. 그럼 세계 어느 공장에서 만들지 못할 양말이 나오게 된다. 우리가 그랬다. 세계에서 우리만 만들던 발가락 양말이 몇 개 있었다. 그리고 성실해야 한다. 기계란 부지런히 쉬임없이 돌아가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24시간 그냥 돌아가는 것 같지만, 자주 손봐줘야 품질이 늘 같다. 어떤 때는 좋고 어떤 때는 안 좋으면 전체적으로 안 좋은 품질에 가격과 명성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늘 기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리고 정직해야 한다. 원부자재가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러다 보니 원부자재 재고 관리가 무척 어렵다. 완제품 재고관리도 어렵다. 그럼 수량의 파악을 고의도 더하거나 덜할 수 있다.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마케팅이 중요하다. 500만원짜리 가방은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잘 팔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다. 비슷한 품질의 가방을 동대문에 가면 5만원이면 살 수있다. 한 켤레 5만원짜리 양말은 잘 만들기도 하지만, 잘 팔아야 한다.  나는 그렇게 했다.


양말 공장을 크게 세우는 것보다 믿을 만한 기술자들에게 양말 기계를 분양하고 이를 양말을 생산해서 기계 값을 치루게 하면 된다. 그럼 북한 기술자는 자기 비용이 적게 들고, 자기가 성실하게 노력한 만큼 벌 수있다. 웬만한 남한 월급장이보다 더 벌 수있다. 남한의 투자자는 만들 수 있는 생산량과 비교하여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단위 양말 공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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