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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취객 May 11. 2020

워킹홀리데이에서 먹고살 길을 찾다.

세계일주와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방법론 4부작 (2)

    나는 지금까지 5개의 국가에서 생활했다. 한국, 영국, 미국, 일본, 뉴질랜드.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나 한 달 살기와 같은 짧은 이벤트는 아니었고, 6개월 이상 현지에 살아가며 일하고 생존했다. 특히 영국, 일본, 뉴질랜드는 세 국가 모두 워킹홀리데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 비자를 취득했다. 워킹홀리데이 트리플 크라운, 그랜드슬램. 이쯤 되면 나도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워홀은 주로 20대에만 (호주의 경우 그 제한이 더 늘어났다고 하지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국가에 가서 일하고 여행하며, 그 나라의 삶의 방식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기회. 단순히 여행이 아닌, 외국에서 장기간 생활하며 일을 해보는 것은 워홀 비자가 아니고는 다른 비자로 취득하기는 정말 어렵다. 30대 이후에 해외를 가고자 하면 직업군에 따라 다르며, 또 그 직업군도 해당되는 국가가 다르며, 해당 직업군에서도 고소득이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돈이 없어도, 기술이 없어도 언어가 되지 않아도 오로지 젊기 때문에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앞선 글에 말한 것처럼 워홀조차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인종차별에 대한 위험성, 주로 몸이 힘들어서 언어를 배우기 힘들다는 후기들, 젊었을 때 1년 1년이 중요한데 취준이나 미래 준비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 또 워홀을 다녀온 여성에 대한 안 좋은 시선(정말 쓸데없고 이해 안 되는). 미래에 대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언어 공부나 여행만을 위해 워홀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경험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나의 경우, 취준 사진이 찍기 싫어 대학 졸업을 포기하고 떠난 워홀에서 내가 벌써 5년이나 일하고 있는 커리어를 찾았다. 또, 일본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음에도 이제는 일본 도쿄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종차별을 받아 본 적도 있지만, 그보다 더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을 만들었고 아직도 연락을 유지하며 그들의 국가로 갈 때마다 그들을 만난다. 이제 워홀 없이는 지나간 내 20대의 절반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혹, 내가 경험한 방식에 누군가 관심이 있다면 유의해야 할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첫째,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글로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워홀의 본질적 목적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해당 국가에 살며 여행하고 삶의 방식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만 보고 워홀을 하는 것은 각 대사관에서 절대! 바라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워홀을 하려면 내 커리어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워홀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또 내가 무엇을 하고 살지 모르는 사람들의 경우(나도 그랬고) 세계 어디서든 이어 갈 수 있는 커리어, 글로벌 기업에 지원 해보길 바란다.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원했던 첫 직장이 호텔 글로벌 브랜드였고, 호텔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매 국가를 이동할 때마다 일자리를 구하기 쉬웠다. 거기에 단순히 같은 일을 계속한 것이 아니라 매번 승진을 통해, 해당 커리어에선 남들보다 꽤나 빠른 속도로 현재의 직급도 얻었다. 이처럼 해외 특히 서양권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승진이 정말 빠른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워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서비스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워홀을 하면서 만난 많은 워홀러들은 자신의 분야를 외국에서 더 공부하고 싶을 때, 워홀 비자를 현명하게 이용했다. 영국 런던에서 건축과 광고, 홍보 회사 경험을 쌓는 사람, 일본과 프랑스에서 파티쉐 혹은 베이킹 선진 기술을 배워보고 싶어 하는 사람, 스페인에서 요리를 배우는 사람까지. 한국에 돌아오면 이 경력들은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강점이 된다.


둘째, 워킹홀리데이에 가기 전에 미리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하자.


    앞서 자신의 앞길을 모를 때 외국에서 커리어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와 상반될 수 있다. 하지만 워홀에 가기 전 혹은 신청하기 전, 여행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꼭 해보기 바란다. 많은 사람들은 워홀에서 얻을 것은 어학 성적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워홀에 가면 일자리는 어디든 상관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냥 아르바이트처럼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해당 국가의 관점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인 우리에게 화이트칼라의 오피스 직종의 일자리를 쉽게 주는 편은 아니다. 주로 서비스직, 육체노동 등 진입장벽이 낮은 일자리가 많다. 그마저도 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고민하고 준비하면 더 나은 일자리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다면 언어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호주나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경력을 인정해 좋게 봐줄 것이다. 바텐더, 바리스타와 같은 기술 서비스직은 어디에서나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도배나 농기구 운전 등 기술이 있다면 관련된 일자리를 얻기도 쉬울뿐더러 급여의 차이도 크다. 특히 본인이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인사부를 통해서나 해당 국가의 기업 지부에 미리 연락해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그 일자리에 맞춰서 가는 것이 정말 좋다. 나도 일본에서 뉴질랜드, 뉴질랜드에서 영국, 영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이동할 때 이동 수개월 전부터 같은 브랜드의 호텔들에 연락하고 동료나 상사들에게 상담하여 미리 일자리를 구하고 넘어갔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일자리를 알아보고 가면 금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안정되기 마련이다.


셋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할 때는 정보를 찾아보고 또 찾아보자.


    워홀은 모든 워홀이 다 같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각 국가별로 우리나라와 협약을 맺은 것이므로 국가별로 기준과 세부 내용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매년 혹은 상황에 따라 그 내용들도 바뀌는 경우가 많다. 나는 국가에서 국가로 넘어갈 때 워홀 비자를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 있는 국가에서 취득했는데, 그에 대한 기준도 국가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일자리 또한 호주의 경우 같은 일자리에서 3개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기준도 있었고, 뉴질랜드도 그런 기준이 있다가 내가 도착한 해당 연도에 기준이 바뀌었다. 워홀 비자는 정보의 수요가 많은 만큼 블로그와 어학 등에서 정보 제공성 홍보가 난무하는데, 안타깝게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많다. 예를 들어 나는 뉴질랜드에서 영국으로 넘어갈 때 인터넷의 정보에서는 꼭! 한국에 들어와 워홀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는데, 직접 해보니 뉴질랜드에서 모든 절차가 가능했다. 또 한국에서는 필수인 결핵 검사도 나는 뉴질랜드에서 6개월 이상 생활해서 필요하지 않았다. 매년 정보는 바뀌므로 내 정보도 지금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국과 상대 정부 양쪽의 공지사항과 정보를 자세하게 읽고 자신의 상황에 대치해봐야 한다. 정보만 확실하게 찾아보더라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값, 어학원 등의 정보 값들을 크게 아낄 수 있으므로 꼭 유의하기 바란다.


    내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정보전달성 글이 되어 버렸지만, 워홀은 내 인생에서 정말 큰 기회였다. 혹 관심이 있다면 확실한 준비와 대강의 목표라도 정해 알차게 활용했으면 좋겠다. 또, 워홀이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보내주는 교환학생 프로그램(학생 신분은 여행에 최적의 신분이다.), 해외 진출 장학금, 정부 지원, 각종 인턴 프로그램을 이용해 리스크를 줄였으면 한다. 교환학생이나 워홀로 내가 해외 생활이 맞는 사람인지, 장기간의 세계일주를 버텨낼 수 있는지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워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언어 시험 성적만이 아니다. (물론 언어 공부도 큰 도움이자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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