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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Apr 29. 2023

왜 굳이 힘든동작을 하나요?

머리로 선다는 의미

                                                                                                                                                                                                                                                                                                                                                                                                                                                                                                                        

#시르사아사나 

머리로서기.물구나무서기.


사람은 직립보행,  발로 서는게 인지상정.

근데 왜 굳이 머리로 온몸을 지탱하며 거꾸로 서기를 할까?


누군가의 눈엔 '사서 고생'인 동작을 도전하는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에는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이 될 때.    기쁘니까.

세상엔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건 내가 약 180센티미트의 매트위에서 할수 있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처음부터 머리로 잘섰는가 하면.


"아니, 절대"


나는 처음 요가를 시작할때 아쉬탕가 전문요가원을 우연히 등록했는데


아쉬탕가#ashtanga_요가는 깊이가 있고 강도가 높은 수련이기 때문에 모든 시퀀스(sequence)의 동작(asana)을 일반수업 시간에 다하지 못한다.


그런데 머리로서기 동작은 아쉬탕가 수업의 엔딩.


처음에는 혼자 머리로 서지못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고, 때문에 인원이 많은 수업에선 이동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요가를 시작한 지 5년 후쯤 돼서야 이동작을 알았고, 실제로 이동작을 시작한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머리로서기 1단계: 발끝과 땅의 이별


처음엔 배에 힘주라는 말이 무슨말인지 몰랐고,


어떻게 팔에만 지지해서 무거운 다리를 들어올릴 수 있는지 뜨악했다.


처음엔 머리로 중심을 잡는것 자체가 어려워서 발을 머리위로 올려보지도 못했다. 그저 발가락이 땅에서 들릴락말락 하는 수준에서 만족.


그리고 이자세를 너무 낑낑대고 하고있으면 피가 머리로 쏠려 온몸이 고단해진다. 실제로 난 얼굴에 실핏줄도 터졌다.


아무튼 이런 고난의 행군(?)을 한달 여정도 하다보면 이제 배꼽(core)에 힘이 길러진다.


그리고 서서히 다리를  천장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처음엔 발끝과 정수리끝이 일자가 되게 올리진 못한다.

발끝이 엉덩이보다 앞으로 나와있다. 그이유는 코어의 힘이 부족해서기도 하지만...

딱! 하고 제대로 섰다가는 왠지 뒤로 고꾸라질거 같은 느낌 때문. 자, 여기서 2단계가 시작된다.


#머리로서기 2단계: 두려움과의 이별


머리로서기의 최대 적은 바로 "두려움"이다.  


일단 이자세를 처음 볼 때 '경이로움'이 내가 직접 하다보면 '두려움'으로 바뀐다.


30여년 인생 중 머리로 서볼 일이 있겠는가. 

당연히 처음 해보는 일엔 두려움이 따르는 법.


팔-정수리-코어의 3단 협조가 잘 이뤄져  머리를 간신히 천장으로 들어올리면  '똑바로 서고싶은 욕심'이 피어오른다. 


'아, 내가 이동작을 완성해낸다면! 생각만해도 짜릿!'


하지만 발끝과 땅이 이별한 순간부터, 뒤로 가서 고꾸라질거 같은 두려움은 배로 커진다.


실제로 많이 고꾸라진다. 나역시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여러번 맛봄.


이때 팁(tip)은 정신통일. "나는 할수 있다"를 다섯번쯤 되뇌이고 몸에 신호를 준다. "정신차려!"


아니, 사실 이건 그냥 무서워서 하는 말이고..


실은 여러번 고꾸라져봐야 하는 수밖에 없다. 


'아, 떨어져봤자, 그냥 180센티미터 매트위구나.. 360도 내몸이 고꾸라져도 별일 없구나'

하는 체감을 하는 게  두려움을 이겨내는 정답. 


아무튼 돌아가서, 코어(배꼽, 엉덩이)에 힘을 주고 무게중심을 정수리(백해혈)에 지그시 준다.


아주 천천히 미세하게 발끝을 아주 조금만 더 일자로 만들면 된다.


2단계 성공까진 1단계 성공후 약 6개월 정도가 걸린 것 같다.


그냥 어느순간 " 자세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신난 마음에 비교샷을 찍어봤다.


2018년의 나 vs 2019년의 나


비교해보자면, 배꼽에서 엉덩이의 경사가 다르다.


즉 코어(쉽게 보자면 골반)이 얼마나 힘이 들어가 있느냐의 차이인데, 좌측사진에선 발끝이 배꼽보다 앞에 나와있다.


뒤로 넘어가는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코어에 힘이 부족해서. 

또한 스스로 느낌을 잘 모른다. 제대로 내발이 천장을 향해 서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감각이 덜 길러져서.


무엇보다 연습에 연습을 거쳐 '두려움'과 친구가 된 덕분.


결국, "넘어져봤자 매트 위"  라는 생각.

                                          

이게 핵심이다.


오늘 내가 몇번 넘어지고, 맘대로 안되는, 혹은 미쳐돌아가는 세상을 마주해도. 


그래봤자 오늘뿐, 지금뿐. 이라는 생각.


이게 우리가 일상의 두려움, 스트레스와 친구가 되는 방법인 것처럼. 


머리로 서기 동작 #시르사아사나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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