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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Sep 04. 2024

진짜 삶을 아는 남자

더 괜찮은 어른, 봉태규

목이 뜨거웠다.


뜨거워진 목울대를 식히고자 침을 삼키고 , 차오르는 물을 넘기려고 천장을 괜스레 올려다봤다.

이입하지 말자, 뜬금없이 주책없다.


어쩌다 보니 일과 가정의 양립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한다는 유공표창을 받으러 갔다.


그저 으레 그랬듯 공공의 행사일 뿐이라 생각하고, 실적 한 줄 추가한다는 기분으로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남자를 만났다.

배우이자 작가인 봉태규 님.


상 받으러 갔다가 뜨거워진 목울대로 마이크 잡고 질문까지 하게 된 날이었다.
삶을 진짜 아는 남자는 참 매력적이구나를 알게 된 날이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님의 토크콘서트> 이야기로 오늘의 브런치를 대신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봉태규 님의 돌봄에 관한 이야기다.


돌봄결핍의 성장배경을 가진 그는 첫아이가 생겼을 때 어떤 마음을 꺼내 쓸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그러다 한 팀의 배우자가 생기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자라는 성별에서 오는 기득권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가 육아에 꽤나 진심으로 열심이면서 느낀 건
지극히 개인적인 돌봄에 대한 고민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 공존의 고민으로 확장된다는 것.

아이는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인데, 아이가 아닌 사회적 약자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에 대해 생각이 확장됐다고 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불편함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우리가 이런 생각을 갖는다면 노키즈존 시니어존이 필요하지 않을수도 있겠다.

일하는 엄마나 아빠는 자신이 매일 하는 일의 소중함, 중요한 노동의 가치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아이에게 말하길 바란다.
해보니까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일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응원해 주는 순간이 온다.
죄책감 가지실 필요 없다. 그건 사실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크다. 개인에게 여전히 주어진 몫이 너무 크다.

우리 사회엔 침묵하면 정말 모르는 어려움이 많다. 그는 스스로 정말 괜찮은 어른, 아빠여서가 아니라 그러기 위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겠다고 말한다.


여기까지가 그가 먼저 꺼내놓거나, 질문자들의 물음에 답변 한 이야기다.


수족구로 인한 가정보육의 힘듦을 아는 남자,

부모 둘 다 집에 있지 못하는 날 장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고스러움을 아는 남자,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학교까지 시작시간과 끝시간이 모두 똑같길 바라는 남자.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려웠던 가정사를 이야기하고 위로받는 남자.

절망에 빠진 청년에게 자신의 약점과 결핍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가족을 만들라고 조언하는 남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처럼,

그런 남자가 난 좋더라.


그런 남자가 내가 사는 지구에 넘쳐나는 미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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