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대화>
아이가 책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책장에 미처 다 꽂지 못한 책들은 그냥 플라스틱 바구니에 마구잡이로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가 똑같은 책을 여러 번 읽기보다, 새로운 책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보통은 '구매' 보다 '나눔'이나 '당근'을 통해 책을 구합니다.
저는 특별한 기준 없이 책장이나 책바구니에 있는 책들을 아이에게 다양하게 보여주는 편인데 어느 순간 '아름답고 밝기만 한' 책만 있진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 '그립고, 슬프고, 허망한' 내용의 책들도 등장했습니다.
하루는 '아픈 엄마가 병원에서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어주다가, 이걸 끝까지 읽어줘도 되려나? 싶은 우려가 들었습니다.
순간 아차 싶었죠.
그래도 어차피 시작한 거 끝까지 읽어버렸습니다.
아이가 처음에는 " 하늘나라로 가는 게 뭐야? 왜 엄마가 먼저 가서 기다려?" 하더군요.
"사람은 나이가 많이 들거나, 너무 아프면 하늘나라의 별이 되거든.
누구나 그래. 그래서 엄마가 많이 아파서 먼저 하늘나라로 이사 간 거야."
그냥 저답게, 대답해 줬습니다.
그러자 아들의 2차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그럼, 엄마도 하늘나라 가?"
"응, 엄마도 나이 들면 하늘나라 가지. 할머니 되면"
아들의 3차 질문부터가 고비입니다.
"그럼 아빠는? 아빠도 가면, 나는 혼자 있어?"
아.
이때부터 별생각 없던 엄마의 감정선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찌르르. 하고 목이 뜨끈뜨끈 해집니다.
건조하던 눈가에 촉촉함이 맺힙니다.
아이가 하나이다 보니 가끔 생각하긴 했지만, 평소에 쿨하게 "인생 원래 혼자야"라고 말했는데
막상 아이가 엄마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면 자기 혼자 남는 거냐고 물으니..
"엄마가 그래서 야채 맨날 먹잖아. 엄마 아침마다 양배추 우리 준이 옆에서 우적우적 먹지?
엄마 아직 할머니 아니야. 아가씨라고 불러줘~"
아이가 "아가씨? 푸하하하" 하고 웃어넘깁니다.
그렇게 대비하지 못한 하늘나라 이야기가 책이 몇 권 더 등장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잠들기 전 어느 날, 아이가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엄마,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어떤 지구상의 엄마도 장담해 줄 수 없는 대답이겠지요.
마음이야 굴뚝같고, 철옹성 같겠지만요.
"엄마 아가씨라니까~~~ 아직 안 죽어~~~ 걱정하지 마!"
그제야 아이가 풋풋하고 웃습니다.
야채를 더 열심히 먹어야겠습니다.
매일 양배추를 먹는 엄마만큼은 장담할 수 있으니까요.
우적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