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대화>
주말아침은 육탄전으로 시작됩니다.
평일에 잘 못 보는 아빠 등에 타고 목에 매달리고 배에 올라서는 아들.
잠이 부족한 아빠는 눈도 못 뜨지만 이미 아빠 몸은 아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또 시작됐군'
엄마는 느긋하게 커피를 한잔 내려서 마십니다.
엄마에겐 사랑스러운 이 풍경이, 아빠에겐 통곡의 풍경으로 변합니다.
"아빠 아파~그만해"
데시벨 1에서 시작한 아빠의 말은
"그만하랬지!!!" 데시벨 10으로 커집니다.
울며불며 아들이 마지막 대사를 칩니다.
"아빠, 미워!!! 회사 가버려!!!"
그렇게 아침의 육탄전은 일시종료.
이제 엄마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아빠가 너무 졸린가 봐. 준이 졸릴 때 친구가 옆에서 괴롭히면 싫지?"
"괴롭히는 거 아닌데? 아빠랑 놀고 싶어서 그런 건데"
"맞아, 준이는 아빠랑 놀고 싶어서 그랬지? 근데 아빠는 너무 자고 싶은가 봐. 조금만 있다가 아빠랑 놀자"
"안 놀아. 아빠 미워. 싫어. 회사 가버리면 좋겠어"
자애로운 엄마이자 아내인 저(?)는 아이와 아침을 먹고 도서관을 갈 차비를 합니다.
시끌시끌 싸우느니, 우선 대피하고 보자는 마음입니다.
"준아, 그럼 이제 엄마랑 도서관 갈까?
준이 좋아하는 로봇 책이랑 옥토넛 책 빌리자. 아빠 몰래 갈까? 아빠는 잠이나 자라 하고 우리끼리 가버리자!"
아이가 엄마를 빤히 쳐다봅니다.
"왜? 가기 싫어?"
"갈 건데.. 준이는 아빠 사랑하는데."
"응?"
"아빠 사랑하는데..."
제 안의 자아가 말을 겁니다.
'너 지금 뭐 하냐? 5살 아들이 너 정신 차리라고 펀치 날리잖아'
엄마는 아들하고 몰래 가자는 게 재미인 줄 알았는데,
아들은 재미가 아닌가 봅니다.
아빠를 사랑하는데 왜 아빠 몰래 가느냐는 거죠.
싸운 건 싸운 거고, 사랑은 사랑인데요.
사실 아빠 몰래 가고 싶은 건 엄마 마음 아니냐고요.
이 꼴 저 꼴 보기 싫고 이편저편 들기도 싫으니 현실 도피하는 엄마 속셈 아니냐고요.
사실 주말아침 거실에 대자로 뻗어있는 아빠 보기 싫어서 가는 건 엄마 마음 아니었냐고요.
다시 한번 묻습니다.
"그럼 아빠랑 다 같이 가고 싶어?"
"응.. 아빠!!!!!!!!!!! 빨리 일어나!!!!"
아들이 아빠 사랑한다는데 어쩝니까.
몸이 천근만근인 아빠도 일어나는 수밖에요.
가볍게 몰래 가려던 엄마의 얕은 수가 안 먹힙니다.
"엄마, 엄마는 아빠 안 사랑해?"
"어? 사사.. 사랑하지~~~ 같이 가요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