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봅시다. 최대한 마시고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내쉬세요. 갈비뼈 너무 열지 마시고, 챙겨서 호흡합니다"
1번, 2번, 3번,...., 10번.
최종 10번의 숨쉬기 연습 후 묶었다.
나의. 풍선. 크기.
그건 바로 나의 폐활량의 크기.
바야흐로 4개월 전인 지난 4월, 처음 분 나의 풍선 크기는 15.3cm.
그리고 4개월 후 8월, 오늘 내 풍선의 크기는?
15.5cm.
정확히 0.2cm 늘었다.
실제로 이때 나의 충격적 결과를 담아 브런치글을 발행하기도 했다.
https://brunch.co.kr/@drishiti/299
성인 여성의 평균적인 폐활량 풍선크기는 17cm이기 때문.
어쨌든, 오늘 나는 0.2cm 늘어난 나의 폐활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할 때 큐잉에 맞춰 호흡하잖아요.
하나에 내쉬고, 둘에 마시고~원투쓰리포파이브! 이렇게 제가 말하는 큐잉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회원님들 스스로 호흡을 의식적으로 하는 게 더욱 좋아요. 우리가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호흡하는 뇌부위와 타율적으로 움직이고 호흡할 때 활성화 되는 뇌부위가 다르대요. 운영부서가 다른 거죠."
필라테스는 정말 과학이자, 철학인가?
자율성과 타율성.
그게 호흡을 할 때조차 뇌와 연결돼 있다니.
생각해 보면 운동을 할 때 선생님이 있으면 움직임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지만, 선생님의 큐잉에 대한 의존성이 커진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없는지를 스스로 근육이나 관절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알아채지 못하고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지 못한다.
그저 판결을 기다리는 연약한 사슴이 되어
오른쪽 다리 근육과 왼쪽 다리 근육을 조금 더 뽐내본다.
반면 선생님의 큐잉이 없어지는 순간,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내 몸의 움직임, 관절사이의 간극, 호흡의 속도와 흐름.
내 몸의 진짜 주인이 되는 거다.
여전히 평균보다 약간 작은 나의 숨통 때문인지 나는 횡격막의 회전이 쉽지 않다.
횡격막의 회전 때 몸의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는 걸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의 지적이 바로 날아든다.
"회원님처럼 움직임에 익숙하고 잘하는 분들은 취약한 부위가 나타날 때 눈에 잘 띄어요. 어? 하는 거죠. 왜? 안되지? 그걸 캐치해 가시면 돼요. 다이소에서 천 원 풍선 사서 하루에 다섯 번씩만 해보세요"
선생님의 지적을 몸으로 이미 인지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내 몸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주관적 평가의 합일.
0.2cm밖에 더 늘어나지 않았지만, 계산해 보니 1km를 더 뛸 수 있는 차이다.
내 횡격막에 대한 인지, 인지에 대한 주체성,
그리고 객관적인 수치.
삼위일체가 이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