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도.
사무실 온도계의 숫자가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여기는, 너무 더워.
세 들어 살고 있는 우리 회사는 건물주 관리팀에 문의를 한다.
"5층인데요, 실내 권장온도 28도를 넘었어요. 31도라서 너무 덥습니다."
공공기관의 실내 권장온도는 28도.
그리고, 권장온도까지만 틀어주는 중앙에어컨 시스템.
앉았다 일어나기만 해도 엉덩이와 허벅지 뒤에 땀이 차는 사무실.
모두가 목을 빼꼼 내밀고, 미어캣처럼 대답을 기다린다.
"지금 시스템상 냉방기 최대치예요. 너무 더워서 건물자체 온도가 상승해서 어쩔 수가 없어요"
담당직원의 말이 전파되자, 곧장 개인 선풍기들이 더 가열차게 돌기 시작한다.
점심시간, 31도의 사무실에서 36~7도의 야외를 10분 정도 가로지르면 25도의 필라테스 학원에 도착한다.
사무실과 필라테스 학원의 온도차이는 무려 6도.
들어서마자, 시원함이 쾌적함을 데려온다.
찌푸려졌던 미간사이가 먼저 스트레칭한다.
더위가 등에 올라탔던 내 몸은 어느새 리포머 위에서 이완된다.
그리고 다시금 수축된다.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내 몸의 적정 체온을 찾아간다.
컨디션과 날씨의 난조가 합동작전을 벌이는 오늘 같은 날은, 한가닥 고민이 올라선다.
가는 게 맞을까?
답은 없다.
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가면 안다.
맞는지, 틀린 지.
그리고 대개 맞다. 그것도 그런 날엔 더 정확히 맞다.
덥고 피로한 몸에 내 체온계가 고장 난 날,
경직된 척추와 어깨사이의 열기가 빠져나가고
갈비뼈와 명치가 움푹 파였던 굴절을 펴내고,
골반과 고관절 사이 뭉친 열들이 풀리면,
그 틈 사이로 내 몸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
아, 시원해.
오늘도, 틈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틈 사이로 쌓인 열이 나갈 수 있어 고마워.
이제 나는 나에게 가장 이로운 체온을 가진다.
체온계로 재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