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척추를 펴고
허벅지 사이를 조이며
발가락 하나하나에 내몸의 무게중심을 실어 넣을때
제대로 숨쉬기 위한 움직임이 얼마나 온신경을 다 해야 하는 일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아, 내 의식이 발끝까지 닿아있구나.
느낀다.
세수할때, 샤워할 때 조차 우리는 내몸의 무게, 형태, 관절의 연결 등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니 내의식이 내몸의 발끝은 커녕 손가락 끝까지 닿는 느낌도 못받을 수밖에.
내가 요가나 필라테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내몸에 대한 인지.
내가 40여년 가까이 써왔고 앞으로도 최소한 그만큼은 더 쓰고 살아야 할텐데
내몸을 의식없는, 그저 몸뚱이로 취급하지 않고 내몸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가 의식을 쓰는 대로, 내몸도 내의식의 흐름을 따라온다.
명치가 답답할때 코브라 자세를 하면 움츠려졌던 가슴이 펴진다.
닫혀있던 흉곽이 열린다.
쳐내려갔던 고개가 올라간다.
그리고 비로소 제대로 된 한 숨이 쉬어진다.
의식을, 발끝까지 보내는 시간.
그게 바로 필라테스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