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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Dec 12. 2023

내주변의 미녀들

기적을 믿나요


01. 미녀1

그녀의 나이는 40대 중반, 초등학교 1학년 딸과 미취학 유치원생 딸이 있다.

그녀는 8시 출근, 5시 퇴근을 하는 풀타임 직장인이자 퇴근 후 아이의 목욕부터 식사, 잠자리 이후 아침까지의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이다.

보통은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출근길에 나서는데, 그사이 아이가 깨면 "엄마 가지마, 누워" 하는 통에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와야한다.

하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 때도 있다.

이미 출근했는데, 아이의 컨디션이라도 안좋은 날엔 아빠도 싫다며 엄마가 와야만 유치원에 간다고 막무가내 떼를 쓴다. 그래서 그녀는  회사 코앞까지 도착한 차를 돌려, 급하게 시간제휴가를 쓰고, 집에 돌아간 적도 있다.


그렇게 세월이 갔다.

어떻게 간지도 모르게.

아이들은 컸지만, 여전히 엄마 손이 필요했고

힘에 부친 신호들이 그녀의 몸과 마음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자기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녀에겐 손이 두개 뿐이라, 아이 둘에게 그손을 내어주고 나면 자신에게 내밀 손이 없었다.


02. 미녀2

그녀의 나이는 40대 초반,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미취학 유치원생 딸이 있다.

그녀는 10시 출근, 7시 퇴근을 하는 풀타임 직장인이자 출근전 아이들의 등원, 퇴근후 아이들의 잠자리 이후 아침까지의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이다.

아이들은 자정이 돼야 자기 때문에 퇴근후 그녀만의 시간은 없다.

그녀는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타입인데  기껏해야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장난감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정도였다.

그녀는 아이를 돌봐주느라 상주하는 친정엄마와 남편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조율자이자, 여러 민원사항을 최대한 평화롭게 해결해야 하는 중재자였다.

또한 업무시간에 종종 걸려오는 전화로 혈기왕성한 아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만들어낸 사건사고(?)뒤처리도 전담한다.


그녀는 평화를 사랑하는 비둘기파로서 최대한 모두가 평화롭기를 바라지만, 그를 위해 정작 그녀 자신은 매일 전장에서 보초를 선다.

그녀의 건강검진 결과가 말해주듯이 평화를 위한 총탄을 매일 쓴 결과, 그녀에겐 철분이 부족하다고 한다. 철분제는 그녀의 필수템.


03. 미녀3

그녀의 나이는 30대 중반, 유부녀이고 아이는 없다.

주5회 운동을 실천하고 있고 점심 도시락도 싸오며 요리에 취미를 붙이고 있는 중이다.

결혼 5년차가 넘었지만 남편과는 여전히 깨를 볶는 신혼이다. '우리 아기'는 남편을 부르는 애칭.

하지만 그녀는 올해 유독 회사에서 부침을 겪었다.

본인이 의도치 않았지만 누군가 그녀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며 피해를 호소했고 회사는 그를 받아들였다.

순식간에 그녀는 후배에게 갑질하는 선배가 됐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안그래도 없었던 상황에 그녀는 마음을 둘데가 없었다.


꾹꾹 그녀 자신의 마음을 누르고 산 그녀였는데, 더이상은 그렇게 할수 없을 것 같았다.




내주변의 미녀들, 완성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 이야기다.  

여기까지라면, 이글을 쓰지 않았을 거다.

공감가지만 누구에게나 있을수 있는 이야기니까.

내가 이글을 쓴 이유는 지금부터다.



01. 미녀1

그녀는 어느날 평소 친분있던 동료로부터 매일 새벽에 일기를 쓰는 강사의 이야기를 전달받는다.

모두가 아는 김미경 강사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본래 김미경 강사를 좋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냥 사는 현실만으로도 힘에 부쳐 외면해왔던 세계였다.

자기계발, 미라클 모닝 등등..


그런데 그날따라 이야기가 와닿았다.

그래서 그녀는 김미경 강사의 미라클 다이어리 구매 버튼을 눌렀다.

기왕이면 빨간색으로.

아이들의 기상시간은 보통 7시. 그녀는 6시에 눈을 떴다.

누구의 엄마나 회사의 직함이 아니라 진짜 그녀, 리얼 미(real me)를 만나기 위해서.

그녀가 매일 했던 노동목록 To do list가 아닌, 희망목록 bucket list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음날은 5시 30분에 눈을 떴다.

피곤했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성취감이 생겼다.

미라클 모닝의 시작이었다.


물론 고비도 있다. 그녀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에 아이가 깨면 짜증이 났다.

'내가 무슨 미라클 모닝이야, 사치지' 생각도 불쑥 들었다.

그러나 그역시 그녀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었다.

아이에게 화내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그녀가 실천해야 할 기적이었으니까.

그렇게 그녀는 라클 그로 성장중이다.


02. 미녀2

그녀는 뽕에 진심이다.

머리에 불어넣는 볼륨감은 그녀에게 자부심이자 자존감이다.

처음 그녀를 봤을땐 어떻게 매일 아침 라푼젤처럼 긴 머리에 뽕을 넣고 고데기까지 하고 오는지 의아했다.

(앞에도 설명했지만 그녀에겐 두명의 아이가 있다)

누군가는 그녀의 집에 전속 미용사가 상주하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와의 티타임을 통해 그녀의 진심을 들었다.


"내가 피곤하다고, 대충 하고 나온날.

제 자존감은 바닥을 쳐요.

머리를 고데기로 말고, 정수리에 뽕을 넣고 하는 시간이 저에겐 너무 중요한 시간인거에요. 그것만큼은 포기할수 없달까."


실제로 정수리에 올라간 뽕만큼 그녀의 우아함도 올라가는 건 사실.

한쪽 어깨로 늘어뜨린 머리카락의 정갈함은 거의 매일이 복붙(ctrl+c,v)일 수준.  

장난감 정리하는 시간마저 "빨리빨리 하자"는 남편의 잔소리로 온전히 고요하지 못했지만, 출근전 머리를 가다듬는 시간만큼은 고요했다.


그녀가 매일 아침 다이슨 고데기를 현란하게 휘두르는 시간, 그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미라클 타임.

그렇게 그녀는 뽕에 진심인 라클 그로 변신한다.


03. 미녀3

지잉-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오늘의 좋은 글귀, 공유해요~~"

그녀가 보내온 카톡 메시지.


그녀는 언젠가부터 열혈 학구파가 됐다.

밀리의 서재를 통한 전자책, 유투브 강의 등 가릴것 없이 독파하며 출퇴근 시간은 그녀에게 심리학 공부시간이 됐다.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 쇼펜하우어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등등 그녀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강사와 콘텐츠들이 등장했다.

저명한 저자들의 강의를 듣고, 깊게 공감하며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은 최대한 멀리하려 노력했다.

그녀 스스로 왜 억울한 감정이 드는지, 무엇이 자신을 열등감에 빠지게 하는지 알아냈다.

그리고 그녀의 강점인 솔직함을 십분 활용하여 주변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 에 열등감이 있었나봐요' 하고.

사회생활 10년차가 넘은 성인이 본인의 약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란 쉬운일이 아님에도 그녀는 거리낌이 없었다.

솔직함은 그녀를 성숙하게 만든 기제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열반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여전히 치기어린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고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억울한 마음이 눈녹듯 사라진 것도 아니다.

다만 그녀는 그것을 인지한다.

그리고 표현한다.

'어쨌든 전 지금의 제가 좋아요' 라고.


무엇보다 그녀는 여전히 공부중이다.

본인의 불편한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그렇게 그녀는 라클 그로 진화 중이다.



내가 이글을 쓰겠다고 맘먹은건, 내브런치가 그녀들이 각기 실천하고 있는 미라클과 닮아있어서다.

내게 미라클을 실천하는 도구는 브런치다.

매주 쓰겠다고 마음먹은 <킹콩맘> 브런치북,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마흔코앞그녀> <각자의 빈야사> 브런치 매거진.

이 모두가 내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 일로 만드는 기적의 빗자루다.

내가 내일상을 돌보고, 기록하기 시작하자 내 일상은 이야기가 됐고 그 이야기들이 모이자 실제로 내삶 자체가 이야기로서 재탄생 하는 기적을 느꼈다.


기적은 믿는자에게만 일어난다고 했다.

내주변의 그녀들도 나도 그 기적을 믿는 신봉자다.


기적은 그냥 일어나는건 아닐거다.

내주변의 미녀들처럼, 포기 못하는 하루하루가 쌓이다보면 그 하루하루가 다시 기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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