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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Nov 12. 2020

베개 던진 날 밤 들었던 말

둘째는 네 살이다.

잠이 오면 짜증을 내고 짜증이 나면 이상한 것에 곧잘 꽂힌다.

잠이 극도로 들이닥친 어젯밤


엄마 내 베개 줘!!!

엄마 베개 저한테 주세요 라고 해야지!!!

그렇게 하기 싫어, 내 베개 줘!!!


잠 오는 아이에게 밤에 하는 훈육은 늘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기에..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져다줬다.

툭~


이제 눈감는 시간이야~!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가관이다..


베개를 공손하게 두 손으로 줘야지요


왜 던지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베개 줄 때 두 손을 오므려서 양손을 딱 붙였었냐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달라는 것이다.


던진 건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어른은 너에게 두 손으로 줄 의무가 없다고 말하려니 딱히 알맞은 논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두 손을 딱 붙이고

던져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공손히(?) 베개를 주었다.

그리고 재웠다.


이상하게 잠들기 전 계속 그 말이 맴돌았다.

언젠가 내가 아이에게 했을 그 말.

"물건은 두 손으로 공손히 주는 거야!"

아이에게 말만 하고 막상 내가 실천은 하지 않았던 그 말.

오늘은 그 말이 화살처럼 돌아 나에게 꽂혔다.

'자. 업. 자. 득'은 이런 경우를 뜻하는 말일 것이다.


두 손이 딱 붙었는지가 제일 중요한 사항인 둘째에게는 꼭 알려줘야겠다. 꼭 그렇게 딱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그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엄마가 말만 가르쳐주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아 미안해~'라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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