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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Nov 13. 2020

어차피 될 어른

조금 더 즐겁게

어릴 때, 정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그 마음이 간절했는데 '어른이 되면 시험을 안 봐도 되니까 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간절히 원했음에도

난 각종 시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크게는 자격인증 시험부터 작게는 직무교육 뒤에 치르는 시험까지.

아직도 크고 작은 시험이 내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 물론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는 학생 때 보다 덜한 것 같아, 그걸로 위안 삼는다.


밤이 되어 아이들과 쪼롬히 누웠다. 두 아이 다 문쪽 자리(나의 왼쪽 편)를 좋아해서 홀수날은 첫째, 짝수날은 둘째가 이곳으로 오고, 난 매번 한가운데 누워 책을 읽어 준다.


그렇게 누워있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잠시만~ 하고 일어섰다. 그 사이 둘째가 내 자리에 데굴 굴러와서 형한테

"내가 엄마란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첫째가 "니 자리로 가~~ 안 그럼 너한테 책 읽어 달라고 한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둘째가 멈칫하는 듯했지만 꿈쩍하지 않자 첫째가 이렇게 덧붙였다.


"너 계속 그러면 '엄마처럼' 내일 아침 일찍 일하러 가야 한다~~!"


"싫어!!"

깔깔 웃으면서도 진짜 싫은지 둘째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난 "엄마가 내일 어린이집 갈게, 계속 엄마 해줘"하고 둘째에게 부탁해 보지만 얄짤없다.


아침 일찍 일하러 가기는 싫단다.. 절대로!

엄. 마. 처. 럼 은 싫어!



일하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거든?

애써 자기위안 해 본다.


그러면서도

우리 아이는 싫다면 꼭 아침 일찍 나오지 않아도 되는,

아니면 근무시간이 유연한 직장에 다니면서 나와 또 다르게  삶의 균형을 맞춰나가기를 바래본다. 온택트 시대이니 가능할 것도 같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애가 그렇게 살려면 내가 돈 좀 더 벌어놔야 하는 거 아냐?'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그렇게도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어서도 시험에서 벗어날 수 없었듯이, 우리 아이도 어쩌면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적어도 그런 삶을 살아야 해서가 아니라 선택해서 사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는..




현실의 나는

아침 일찍 하는 출근이 서글프지 않도록

종종 한 시간 더 일찍 집을 나선다.

운동을 하기도 하고 커피를 먹기도 한다.

신문을 볼 때도 있고 책을 볼 때도 있고 글을 쓰기도 한다.

가끔은 멍도 때린다.


이렇게 하면 서글프기는커녕

출근길이 행복하게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이 행복감이 날 보는 우리 아이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 어른으로서의 내 삶이 짠해 보이지 않고 즐거워 보였으면 좋겠다.


어른도 할만해!!

무거운 의무는 많지만 그 속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운단다.

엄마는 좀 허덕이지만.. 하루하루 즐거워. 너희는 엄마보다 더 즐거운 어른이 되면 좋겠구나. 어차피 될 어른이니 우리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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