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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Nov 14. 2020

에잇!

처음엔 뇌경색이었다.

하지만 걸을 수 있었고 나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 뒤 몰아친

신증후군과 위장관 출혈, 신경병증은

3개월 만에 그분을 사지마비로 만들었다.


다시 뵈었을 때는 온몸의 부종과 지칠 대로 지친 마음으로 겨우 하루하루를 살아내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이 되어 계셨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며

이겨내고 있건만

그래서, 이제는 실낱같은 희망이 눈앞에 보이건만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고령 때문인 건지

백내장이 찾아 왔다.


다행히 경증이지만

백내장으로 인한 뿌연 막 때문에

눈앞에 보였던 희망이 희미하게 흐려지셨나 보다.

이전에 내 시력이 2.0이었노라고 말씀하시면서


엉엉 우셨다..


그걸 보시는 보호자분

"인지가 너무 멀쩡하지요.. 차라리 인지기능이라도 떨어지시면 덜 힘드실 텐데.."

옆에서 지켜보기가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저런 말을 하실까 싶었다.


함께 병과 싸워온 세월 때문인지

나에게는 무한 신뢰를 주시는 이 분께

뭐라도 격려되는 말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

"요새 기술이 엄청 좋아져서 백내장 정도는 수술하니까 바~로 잘 보시더라고요!! 다른 거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에요."라고 말했다.

진심이긴 했지만 애써 밝은 척하고 돌아섰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열심히 살아오셨고

이제 겨우 손주들 재롱 보며 편하게 지내셔도 될 시기인데...

왜 하필 지금일까?


에잇!

세상 참 불공평하다.

불공평한 줄은 아주 잘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뼈에 사무친다.

알고만 있던걸 깨닫게 되는 게

오늘은.. 참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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