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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Nov 19. 2020

40분의 자유를 위해서

비랑 싸웠다

점심을 먹고 나니 다음 업무 시작까지 딱 40분 남았다. 후두 후둑 방울방울 떨어지던 비가, 막 쏟아 붓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바람도 거세어져서 병원 앞 출입구에서 잠시 멈칫했다.


오전 내내 간절했던 병원 바로 앞 카페(팔리오)의 커피 한잔.


이 빗속을 함께 뚫자고 차마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는 없어서 혼자 나섰는데 혼자 오길 참 잘했다. 몇 발자국 걷는 동안 쫄딱 젖었고 우산은 두 번 뒤집어졌다. 원래 계획은 테이크아웃이었으나 1분 거리에 진이 빠져 1000원을 더 내고 먹고 가겠노라 말씀드린 뒤 카페에 주저앉았다.


처음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는데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혼자 앉아있으니 나 자신이 이해가 된다. 나에게 이런 시간, 이런 여유, 이런 편안한 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잘 아는 분이 고민상담을 해 오셨다.

원래는 월ㅡ금 일하시는데 직장에서 토요일 근무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으셨다고 했다.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게 될까 봐 안절부절못하시는 그분께 드린 내 대답은

그분의 재정 황상, 추가 수당이 필요하고, 그 돈을 받고 토요일에 나오시는 게 괜찮으면 OK!, 그게 아니라면 거절!!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동료를 위해, 아니면 눈치 보이니까 이런 저런 이유로 yes, yes 외치다가는 결국 일에 지칠 것이라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타인이 아닌 나를 중심에 두는 것도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또 자신만의 숨 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일정량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듯하다..


내 생각이 딱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분의 토요일과

나의 40분 모두 자신을 위해 노력해야지 얻을 수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오늘 내 앞에 놓인 한잔 커피는

쏟아지는 이 비와 참 어울리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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