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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Nov 19. 2020

가운을 벗었다

아이는 살리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 (한결 작가님)

기관절개관을 하고 있는 4살 꼬마가 있다. 2주마다 관을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매번 엉엉 울음바다를 만든다.

아픈 건 아닐 텐데

무서움 때문이겠지..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짠 하다.


한동안 집에서 교체하기도 했는데 한번 큰일 날 뻔하여 응급실을 방문한 이후로는 보호자께서 꼬박꼬박 병원을 찾아오신다.


작은 석션기를 비롯한 아이의 짐을 한가득 가지고 이곳을 찾는 보호자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큰 산이다.

어떤 역경에도 꿋꿋이 서서 저 작은 아이를 감싸줄 것 같은 강인함이 느껴진다.


얼마 전,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살리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


내가 읽은 뒤 보호자분께 선물을 드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분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책 내용이 딱 이 아이와 보호자분 이야기 같다.


그 뒤로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빵을 한가득 사서 오셨다.

책도 고맙고 진료도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한 손엔 아이손

다른 손엔 짐과 빵을 가지고 이곳까지 오셨을걸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울컥..

그리고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다면 그분의 눈에도 잠시 그렁했던 눈물.


그동안 이 큰 산 같은 분께 얼마나 많은 비바람이 몰아쳤을까..



오늘 아이의 기관절개관 교체날이다.

평소와는 달리

역대 없었던 씩씩한 모습으로

아~주 조금만 울고 성공했다. 야호!


비결?

미리 의사 가운을 벗은 것??


가운 벗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오늘에서야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나름 하늘색이고, 분홍색 꽃도 붙여놓은 가운이지만 아이에게 무서움을 주는 건, 가운이 한몫했었던 것 같다..


책 내용처럼 아이는 잘 살아가고 있고

보호자분은 더 단단해지셨다.

난? 가운을 벗어도 춥지 않고 더 따스할 수 있음을 배웠다.


이렇게 하나씩

깨달아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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