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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Nov 05. 2020

감잡기 참 어려운 거리

오늘 할머니 한분이 병실을 옮기셨다. 옆에 계시던 단짝 할머니가 몸져 누우 신지 일주일 만이다.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하신데 단짝 할머니는 증상이 그보다는 덜해서 자주 이 할머니를 도와주곤 하셨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단짝 할머니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다른 과장님 환자분이라, 링거를 맞고 계시길래 컨디션이 좀 안 좋으시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원인이  따로 있었다.


오늘 병실을 옮긴 할머니께서

언제부터인가 너무 편하게 이것저것 부탁하고 시키시더라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끙끙 앓다 미운 마음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몸이 아프게 까지 되신 것이었다.


물밑에 있던 감정들이 쌓여 오늘은 제대로 터졌고 옆 할머니가 여태 자신 때문에 아팠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아시게 된 할머니는 짐을 싸서 그 방을 나오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하소연하신다.

"나는 정말 몰랐어. 말 한번 안 해주고 나 때문이라고 해버리면 어떻게 해??"


많이 속상하신 모양이었다..

그 마음을 나도 알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

감잡기 참 어렵다.

70이 훌쩍 넘으신 할머니도 감잡기 어렵다 하시는데

나는 얼마나 더 있어야 터득할 수 있을까..?


적당한 거리만 추구하다가

그냥 툭! 놓게 되는 인간관계도 점점 늘어남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건 편하긴 한데 왠지 아쉽다.



그냥 이 두 분

한판 시원하게 싸우고 화해하시면 안 될는지..

그게 그냥 툭 끊어져 버리는 것보다 나은 선택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막상 나는 그런 선택 못할 거면서 상상만 한다.


이 아슬아슬한  관계를 바라보는 내가 더 아쉽고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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