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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Jan 13. 2021

스토커가 될 뻔했다

시어머니 예행연습

아이가 유치원에서 이런 걸 받아왔다

첫째와  결혼

여자친구가 적어줬다고 함


그래서 결혼했어?

물었더니

세상 쿨하게

그렇다고 했다.


아들만 둘이라 늘 은연중에 시어머니가 될 나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시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습관(?)이 있다.


우리 시어머니처럼

며느리를 존중하고 사랑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리라

다짐하건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첫아들의 결혼 소식은 나를 패닉에 빠뜨렸다.


서둘러 유치원 엄마들 단톡 방을 뒤졌다.

그런데 그분은 없다..

유치원에 늦게 합류한 친구라 아직 연락처를 아는 엄마가 없었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아들은 둘의 결혼 소식이 알려왔고 (알록달록 색종이로)

난 그저 웃었다.


그러던 이틀 전

띠링

드디어 그 아이의 엄마가 단톡 방에 초대되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 뒤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쭈~~~ 욱 훑기!!!!

뭔가에 홀린 듯, 아니면 취조라도 하듯!!!!


아, 엄마 닮아 이쁘구나

동생이 있네

재밌는데 놀러 갔구나

사랑받으면서 자라는 것 같아..


달랑 사진 두세 장인 나와는 달리 50여 장이나 되는 그 프로필 사진들을 다 보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났다.



나 대체 뭐한 걸까..??


유대인은 13살이 되면 아이를 독립적 개체로 인정해 준다고 한다. 나도 꼭 그래야지! 했건만..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 거구나 싶다.


여태 죄 안 짓고 잘 살아왔는데

방금 나, 스토커 될 뻔했다.


지금부터라도 내려놓기 연습하면 아이가 25살쯤엔 가능할 것도 같다...


첫째야, 아직 7살이니까 내가 이렇게 한다만

네가 좋다고 하는 분은 엄마가 무조건 믿어줄 테니

무조건 집에 초대하렴^^ 

너의 선택을 응원하는 엄마가 될게!

그리고 그분도 귀한 집 자녀라는 것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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