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으로 가는 우주선

아이 CT촬영 꿀팁

by 그 중간 어디쯤

엄마, 여기 가슴이 불편해요.

오른쪽이 아파요.


잊을만하면 호소하는 아이의 통증

괜찮겠지.. 하면서도

그냥 두고 보기 불안해서

대학병원 소아과에 예약했다.


유치원도 빼놓고 나도 휴가 쓰고

아이는 유치원 안 간다고 신나 하고

난 직장 안 간다고 좋아하면서 지하철을 탔다.


다음 역은 토성역, 토성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오른쪽입니다.

디스 탑 이즈~~~


엄마!!! 토성역이래요

신기하다. 진짜 토성일까? ^^



이전 폐엽 절제 수술 병력이 있어 CT촬영하기로 했는데.. 조영제를 사용하게 되었다.


조영제 사용 = 주사


이걸 어떻게 말하지?


거대한 대학병원

무려 내가 9년 동안 근무했던 이곳에 오면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한 건 오래간만이었다.

친정처럼 반가운 곳인데 이렇게 낯설고 불편할 수가..


처음에는 "주사 맞아야 해" 흘리듯이 말했다.

난리가 났다.


일단 진정시키고

엑스레이 검사랑 심전도 검사를 마쳤다.

안 아픈 검사들을 하고 나니 첫째 기분이 좀 풀린 듯했다.


그때 정말 불현듯 떠오른..

MRI 촬영하는 아이들에게 우주선이라고 설명하니 진정제 사용이 확~ 줄었다고 하던 실험 이야기.


소아과에 마련된 채혈실에 가기 직전,

쉼터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CT 사진들을 보여줬다.

이거~ 어때? 엄청 멋진 우주선이야.

여기가 아까 토성이었잖아.

오늘 멋진 우주선 탈 건데.. 그거 타려면 여기 팔에 중요한 통로가 있어야 한대. 그게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거래.


갑자기 아이가 마법처럼 UP 되었다.

신나게 채혈실로 뛰어들어간다.


주사 꽂을 때 살짝 울먹했지만

이내 우주선 탈거라고 들떠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일부러

아~~~ 나도 타고 싶은데.. 이랬더니

자기 팔을 보여주며

엄마는 이거 없어서 못 타요

이런다..^^


첫째야, 대신할 수 있었으면 해 줬을 거야, 엄마는.


정말 용감하게 CT 다 찍고 병원을 나섰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백번 넘게 생각했다.


어린이집에 있던 둘째도 일찍 하원 시켜 근처 공원에서 함께 놀았는데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예쁜 꽃과 아이들과 함께한 그날 오후가 눈물겹게 감사했다.


아이에게 이 날이

토성 가는 우주선 탄 멋진 날로 영원히 기억되길!!


아이가 CT 찍으려고 누워있는 모습은 찍고 싶지 않았기에, 그 멋지고 늠름한 모습 사진이 없다.

내 마음에

내 눈에

내 머리에

잘 저장해두었다.


평범한 하루가 싫어지려 할 때

아이에게 조금만 더! 이런 어리석은 욕심이 생길 때

한 번씩 꺼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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