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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r 30. 2021

토성으로 가는 우주선

아이 CT촬영 꿀팁

엄마, 여기 가슴이 불편해요.

오른쪽이 아파요.


잊을만하면 호소하는 아이의 통증

괜찮겠지.. 하면서도

그냥 두고 보기 불안해서

대학병원 소아과에 예약했다.


유치원도 빼놓고 나도 휴가 쓰고

아이는 유치원 안 간다고 신나 하고

난 직장 안 간다고 좋아하면서 지하철을 탔다.


다음 역은 토성역, 토성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오른쪽입니다.

디스 탑 이즈~~~


엄마!!!  토성역이래요

신기하다. 진짜 토성일까? ^^



이전 폐엽 절제 수술 병력이 있어 CT촬영하기로 했는데.. 조영제를 사용하게 되었다.


조영제 사용 = 주사


이걸 어떻게 말하지?


거대한 대학병원

무려 내가 9년 동안 근무했던 이곳에 오면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한 건 오래간만이었다.

친정처럼 반가운 곳인데 이렇게 낯설고 불편할 수가..


처음에는 "주사 맞아야 해" 흘리듯이 말했다.

난리가 났다.


일단 진정시키고

엑스레이 검사랑 심전도 검사를 마쳤다.

안 아픈 검사들을 하고 나니 첫째 기분이 좀 풀린 듯했다.


그때 정말 불현듯 떠오른..

MRI 촬영하는 아이들에게 우주선이라고 설명하니 진정제 사용이 확~  줄었다고 하던 실험 이야기.


소아과에 마련된 채혈실에 가기 직전,

쉼터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CT 사진들을 보여줬다.

이거~ 어때? 엄청 멋진 우주선이야.

여기가 아까 토성이었잖아.

오늘 멋진 우주선 탈 건데.. 그거 타려면 여기 팔에 중요한 통로가 있어야 한대. 그게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거래.


갑자기 아이가 마법처럼 UP 되었다.

신나게 채혈실로 뛰어들어간다.


주사 꽂을 때 살짝 울먹했지만

이내 우주선 탈거라고 들떠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일부러

아~~~ 나도 타고 싶은데.. 이랬더니

자기 팔을 보여주며

엄마는 이거 없어서 못 타요

이런다..^^


첫째야, 대신할 수 있었으면 해 줬을 거야, 엄마는.


정말 용감하게 CT 다 찍고 병원을 나섰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백번 넘게 생각했다.


어린이집에 있던 둘째도 일찍 하원 시켜 근처 공원에서 함께 놀았는데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예쁜 꽃과 아이들과 함께한 그날 오후가 눈물겹게 감사했다.


아이에게 이 날이

토성 가는 우주선 탄 멋진 날로 영원히 기억되길!!


아이가 CT 찍으려고 누워있는 모습은 찍고 싶지 않았기에, 그 멋지고 늠름한 모습 사진이 없다.

내 마음에

내 눈에

내 머리에

잘 저장해두었다.


평범한 하루가 싫어지려 할 때

아이에게 조금만 더! 이런 어리석은 욕심이 생길 때

한 번씩 꺼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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