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 중간 어디쯤 Apr 21. 2021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된 클로바 형제

클로바 램프 사용 후기

몇 년 전, AI스피커 열풍에 혹한 나는

갈색 곰돌이 모양의 브라운 클로바를 구입했었다.


혼자 우아하게 음악 듣는 용도였다가

어머님의 흥겨운 트롯 재생기가 되었다가

아이들의 동요 합창 기계로

그간 잦은 용도 변경이 있었고


클로바의 잘못인 건지, 아이들의 잘못인 것인지

아이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무시하던 (제대로 이해 못하던) 클로바가 이제는 아이들의 "클로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틀어줘~"를 알아듣게 되었지만..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건만.. AI스피커는 (적어도 내가 보기에) 크게 진화하지 않는 듯 보였다.


어느 날 아빠께 연락이 왔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둘째에게 딱! 인 것을 보셨다는 것이다.


알아보니 '클로바 램프'였다.

책을 읽어 준단다!!


'책은 뭐니 뭐니 해도 육성이지~' 하면서도 계속 갖고 싶은 것 목록에 있었던 요 녀석인데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할인한다는 광고를 보고 말았다.

둘째 핑계 댔지만 사실 내가 궁금해서 질렀다!


여태 우리 집 클로바는

부를 때 그냥 '클로바'였다.

그런데 설명서에  클로바 램프는

'헤이 클로바~'라고 부르라고 적혀있길래 세팅하면서 아이들한테 가르쳐 주었다.


"얘들아, 이걸 부를 때는 '헤이 클로바'라고 불러야 한대."


기계음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펼쳐준 책을 제법 잘 읽어서 감탄했다.

마침 수면등으로 쓰던 무민이가 고장 나서 난감했었는데

수면등으로 쓰기 딱이겠다 싶고

자기 전, 잔잔한 음악 듣기도 좋겠다~ 이러면서 나는 소비에 대한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남편도 확실히 명령을 기존 것 보다 잘 알아듣는 것 같다고 인정(?)해 주어 다행이다 싶었고,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이런 걸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장애인의 날인데 이런 기기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한몫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나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져 있는데 둘째가 나를 불렀다.


"엄마 슈퍼윙스팀 노래 틀어달라고 했는데 안 해줘요"


"응? 다시 한번 해볼래?"


형 클로바~ 형 클로바~!!


진심으로 빵 터졌지만 아이의 무안함을 생각해서 크게 내색하지 못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계속 불러대니 대답해야겠다 싶었던지 '형'클로바가 반응했고,  슈퍼윙스팀 주제곡을 틀어주었다.


아직 헤이~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는 귀여운 5살에게

다음번에는 '헤이~'라고 말해보라고 일러주고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뱃속이 간질간질거려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아이가 잠든 뒤..

미리 예약 한 대로 취침모드로 알아서 바꿔주고

아이 말도 척척 알아들어 주는 클로바 램프를 보고 있자니 원래 있던 기존 클로바 보다는 확실히 '형'같다!


방법을 아직 못 찾긴 했는데..


부르는 방법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면

헤이 클로바 말고

형 클로바로 바꿔놓고 싶다.


둘째 잠든 사이에 몰래~^^


기존 클로바야, 넌 좀 억울하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거.. 그냥 동생 하자.

우리집에 온걸 환영해








작가의 이전글 대놓고 자기 자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