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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pr 26. 2021

점점 멀어진다

동생이 밥 먹는 동안 남편에게 안겨서 '높이'를 즐기며 깔깔 웃는 8개월 조카를 보면서 아~  우리 첫째랑 둘째도 저럴 때가 있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주 안아줘야 했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어

아기가 자는 유일한 자유시간이 한없이 소중했던 그때.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는

키즈카페에 종종 함께 갔더랬다.


그곳은 안심하고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있는 곳이었고

좀 쉴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엔 한 사람은 그래도 아이를 봐야 했으므로

남편과 번갈아 가며 쉬다가

점점 아이들끼리 놀기 시작했고

키즈카페가 진정 '나를 위한 카페'처럼 느껴지던 날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코로나가 왔다.

아무래도 야외에서는 아직 아이들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다 최근

두 아이가 씽씽카와 자전거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내가 열심히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이틀 전.


어제는 아이들에게 미리 말해 주었다.


여기는 괜찮아

이곳은 위험해

여기서는 이 길로 가면 좋겠어

이 밑으로는 가지 마

저건 넘으면 안 돼


한바탕 설명하면서 한 바퀴 경로를 투어 한 후 외쳤다.


"이제 실컷 타!!!"


신이 났다.

이제 일분 남짓, 내 눈에서 안보이기도 한다.

내가 못본 사이, 넘어져도 울지 않았다며 씩씩하게 달려온다.

무슨 정거장 처럼 한자리에 앉아 말~간 콧물과 땀을 닦아주고 물 먹이기 정도만 하면 되었다.


점점 멀어진다.

처음엔 그렇게 원하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 되었구나..

앞으로는 더욱 더 확실해 지겠구나.

1분이 10분되고, 1시간 그리고 하루가 되겠지.

1년은 너무 긴데..


미신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속눈썹이 떨어지면 그걸 손가락에 얹고 소원을 빈 뒤 '후~' 분다. 그냥 학창 시절부터 그래 왔다.


실컷 놀고 난 뒤 둘째의 속눈썹이 얼굴에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띄어 내 손가락에 얹고 말했다.

둘째야 소원 빌고 난 뒤에 후~ 불어봐~


처음 주문한 거라 제대로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열심히 소원을 빈다. 눈 꼭 감고 두 손도 모으고!!!


집에 돌아온 후

너무 궁금해서 슬쩍 물어봤다

혹시 무슨 소원 빌었어?


김 OO 만나게 해 주세요!

거북선 타게 해 주세요!!

~~ 갖게 해 주세요!!!(잘 못 들었다, 로보트였다)


내 귀에는 첫 번째 소원만 또렷이 들린다.

귀엽고 똘망똘망한 여자아이 이름.


어쩌면 

우리 아들들은 진작에 저~~~~~멀리 가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나 싶다.



아이들에게는 당연하고

엄마에게는 연습이 필요한

점점 멀어지기.


하.. 어제는 그 첫날이었다. 싱숭생숭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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