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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y 17. 2021

마음에 붙어 있던 파스의 부작용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차이를 설명하는 영상을 지인이 보내왔다. 우유의 유통기한이 지나도 상하지 않았으면 소비기한은 지나지 않은 것이니 먹어도 별 탈 안 생기다는.. 그런.. 내용.


엄마가 되고 난 뒤

요거트나 우유 치즈를 유통기한 지난 뒤 종종 먹게 되는 나로서는 참 위안이 되는 영상이었다.


우연일까?

톡 확인을 마치고 다시 일하려는데

병동에서 연락이 왔다.


따르릉

여보세요?

2 병동입니다. 사진 보내드렸는데..♡♡님, 연고를 처방해 주시겠어요?

아, 무슨 일일까요?

파스 붙인 자리에 습진이 생겼어요


병동 간호사 선생님이 메시지로 주신 사진을 보니 꽤나 간지러울 것 같다. 처음 파스 붙이신 분이 아니라서 (처음이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습진은 아니고.) 조금 의아했지만  환자분이 힘들어한다고 하니 일단 처방부터 해 드리고 병동에 올라갔다.


습진이 왜 생겼을까요? 에고.. 힘드시겠어요~ 하니

평소와 다르게 아무 말 않고 조용히 계신 환자분 대신, 옆에 계시던 간병 여사님이 한마디 거들어 주신다.


아니, 파스 한 개를 이틀 넘게 붙이고 계시잖아요. 아무리 떼어 드린다고 말씀드려도 절대 안 된다고 손도 못 대게 하시더니 이렇게 되셨어요


할머니께서는

이전에 재첩국 장사를 하셨다고 했다.

장사를 하셔서 그런지 유독 돈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600원 파스도 아껴야지!!! 아낄라고 그랬지..


이렇게 아끼면 자녀분들께 부담이 덜 될 거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께


"이 습진 금방 나아요~ 그렇지만 가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파스 별로 안 비싸니까 앞으로는 꼭 하루 지나면 떼세요!! 이 습진 연고가 더 비싸요, 아셨지요?" 약속받고 헤어졌다.

내가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유통기한은 제법 길지만

한번 뜯으면 딱 하루 쓰는 저 파스.

피부는 가려워도 하루 더 붙이고 계시는 동안 마음은 편하셨을 것 같아서 내 마음이  괜히 짠해진다.


피부에 하루, 마음에 하루 붙어 있던 저 파스의 사용기한은 어쩌면 이틀,  아니 삼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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