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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y 18. 2021

너의 허세

똥 이야기

밤 10시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이 안 온다며 유난히 눈이 초롱초롱하던 둘째가 외쳤다.

"똥 마려워요."


응? 지금?

이 시간에 대변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서 처음엔 안 자고 싶어 그러나..  했지만 연신 붕붕 ~ 방귀를 뀌어대는 것을 보니 진심인 듯싶어 같이 화장실에 갔다.


둘째 똥 누는 표정은 진심으로 귀엽다. 가만히 문턱에 걸터앉아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통!(1)

꿰엑~  자기 똥냄새에 꿰액하는 아이를 위해

물을 한번 내리기로 했다.


그 뒤에 이어진 통! 통! 통!(3)


엄마, 아까 한 개 내려갔으니까 이제 네 개 됐다요~!!


엄청 자랑스럽게 손가락으로 세면서 알려준다.


우와~ 진짜네!!! 네 개나 눴네!!!


옛날에 10개 눴는데.. 3살이랑 4살 때요


응?? 10개나??


네!! 엄마 말고 할머니랑 있을 때요


우와 대단하다!!


설마설마했지만 그 뒤로 통! 통!  두 번 더 떨어져서 총합이 6이 되었으니 10이 되는 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 둘째는

"똥 누고 왔더니 이불이 시원해졌네~" 이러면서 기분 좋아하더니 잠들었다.


한 번에 10 똥!!! 아이의 허세가 계속

머리를 맴돈다.


어린 시절 내가 종종 얄미운 상대에게 했던

니  똥 굵다! 니 똥 칼라 똥이다!!

이 말도 갑자기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똥은 아마 똥 이상의 무엇인가 보다..^^



그런데 10 똥이면.. 변비(딱딱한 똥의 의미로) 아닌가..

6 똥도..

생각 그만하고 얼른 자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장바구니에 유산균을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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