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이 안 온다며 유난히 눈이 초롱초롱하던 둘째가 외쳤다.
"똥 마려워요."
응? 지금?
이 시간에 대변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서 처음엔 안 자고 싶어 그러나.. 했지만 연신 붕붕 ~ 방귀를 뀌어대는 것을 보니 진심인 듯싶어 같이 화장실에 갔다.
둘째 똥 누는 표정은 진심으로 귀엽다. 가만히 문턱에 걸터앉아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통!(1)
꿰엑~ 자기 똥냄새에 꿰액하는 아이를 위해
물을 한번 내리기로 했다.
그 뒤에 이어진 통! 통! 통!(3)
엄마, 아까 한 개 내려갔으니까 이제 네 개 됐다요~!!
엄청 자랑스럽게 손가락으로 세면서 알려준다.
우와~ 진짜네!!! 네 개나 눴네!!!
옛날에 10개 눴는데.. 3살이랑 4살 때요
응?? 10개나??
네!! 엄마 말고 할머니랑 있을 때요
우와 대단하다!!
설마설마했지만 그 뒤로 통! 통! 두 번 더 떨어져서 총합이 6이 되었으니 10이 되는 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 둘째는
"똥 누고 왔더니 이불이 시원해졌네~" 이러면서 기분 좋아하더니 잠들었다.
한 번에 10 똥!!! 아이의 허세가 계속
머리를 맴돈다.
어린 시절 내가 종종 얄미운 상대에게 했던
니 똥 굵다! 니 똥 칼라 똥이다!!
이 말도 갑자기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똥은 아마 똥 이상의 무엇인가 보다..^^
그런데 10 똥이면.. 변비(딱딱한 똥의 의미로) 아닌가..
6 똥도..
생각 그만하고 얼른 자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장바구니에 유산균을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