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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Sep 14. 2021

'수'받고 싶은 날

환자분은

치매 그리

사지 마비 상태이시다.


하루에 한두 번은 꼭  한 시간 정도

이유 없이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 하시면서

이리해달라, 저리 해달라 요구하시는데

간병 여사님도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하셨다.


가족분들도 차마 견디지 못한 이분의 옆에서

벌써 1년이 넘은 기간을 손발이 되어 주시는

간병 여사님..


한때 떡장사를 하셨다며

좋아하는 떡을 나에게도 가끔씩  나누어 주시는 이분의 눈물을 한번 본 적이 있다. 병실 밖에서 훌쩍이시는데 마음이 참 아팠다.


너무 힘들어 그만 두고 싶은데

환자가 불쌍하다고 하셨다..


뉴스나 각종 매체에서는 학대받는 환자들이 주로 나오지만..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환자분들이 간병 여사님께 막 대하는 광경이 훨씬 더 자주 목격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서로를 존중하는 이상적인 모습도 아주 많다.)


오늘도 환자분이 한바탕

입으로 욕을 하시면서

가!!!!라고 하셨다고 한다.


여사님이 이건 예사라는 듯

그런데 오늘 대응은 생각만으로도 뿌듯하신 듯이

자랑을 섞어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뭐랬는 줄 알아요?

왜 계속 '가'를 줘요?

수우미양가 중에 가가 제일 낮은 건데

나한테는  가 말고 '수'줘요!!

이랬어요~~


지난번에는 계속 환자분이

가!!!!! 이러시길래

여사님도 화나서

최 사장님이 집에 가요!!!!

라고 받아쳤는데.. 그러고 난 뒤 두 분이 같이 허탈하게 웃으셨다고..^^

집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오늘 회진 때는 환자분의 마음이 편안해 보인다. 다행이다.


이렇게 지나가는 오늘의 일상.

매번 '수'는 아니어도 '우, 미'정도라도 유지되면 좋으련만

내가 볼 땐 분명

'가'가 난무하는 그 상황에서도

기어코 '수'를 찾아내시는 이분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운다.


간병 여사님, 환자분, 그리고 나에게

오늘만큼은 '빼어날 수' 같은 멋진 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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